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사법농단' 5년 만에 1심 선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인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 재판에서 47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속기소된 지 4년11개월 만이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둘러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1부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후 6년 임기 동안 박·고 전 대법관 등과 공모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9년 2월 11일 구속기소됐다.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등 47개 범죄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고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재판부는 47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의 공모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선고 후 양 전 대법원장은 “이런 당연한 귀결을 명쾌하게 판단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