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또 무죄…법원, 양승태 '직권남용·공모' 모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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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 없이는 남용도 없다'…직권행사·남용 등 요건 까다롭게 따져
"무리한 기소"·"제 식구 감싸기" 논쟁 등 후폭풍 이어질 듯 전직 사법부 수장이 법정에 선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 1심 재판이 '전부 무죄'로 결론 났다. 법원이 핵심 쟁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의 성립 여부를 까다롭게 따진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남용할 직권'이 있었는지부터 시작해 이를 실제 행사했는지, 이로 인한 권리행사방해의 결과가 있었는지 등을 엄격히 판단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설령 하급자가 직권을 남용한 경우가 일부 있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하진 않았다고 봤다. 법원이 300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 내용을 사실상 모두 부인함에 따라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애초에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견부터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 식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 41개 직권남용 혐의·공모관계 모두 불인정
양 전 대법원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기소 당시부터 직권남용 혐의의 인정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공소장에 나오는 47개의 구체적 범죄사실 중 무려 41개에 이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이 사건 재판부는 각 범죄사실에 대해 ▲ 직권의 존재·행사 여부 ▲ 직권의 남용 여부 ▲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를 세부적으로 따졌다.
그 결과 직권남용죄가 적용된 범죄사실 중 대다수가 이들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 대법관에게 행정처 입장을 전달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고, 설령 직권을 행사했다고 보더라도 이를 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직권 없이는 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을 통해 이 소송의 상고심 재판 지연 방안 등을 행정처 심의관에게 검토하게 한 혐의에 대해선 "임 전 처장에겐 행정처 심의관에게 협조 요청을 할 직무상 권한이 있었고 이를 행사했지만, 재판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보기 어려워 직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위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남용'은 아니라는 취지다.
직권을 행사했더라도 그것이 남용에 해당하려면 법령상 직권의 목적에 맞게 이뤄졌는지, 또 당시 상황에서 타당성이 있는 행위인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당시 사법 행정에 비판적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하려고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방침'을 공지해 실제로 법관 100명을 탈퇴하게 한 혐의에는 "중복가입 금지 규정은 예규에 명시돼 있고, 법관들이 이에 따라 연구회를 탈퇴한 것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권을 남용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면 직권남용죄가 아니라는 법리다.
이 법리는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이후인 2020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립된 것이다.
이처럼 직권남용죄의 성립 여부를 엄격히 따진 재판부는 하급자의 직권남용이 인정되는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공모관계'를 잣대로 한 차례 더 판단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례로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비공개 정보 수집과 보고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의 일부 직권남용이 인정되나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 검찰 수사·재판부 판단 두고 논쟁 이어질듯
사법부의 핵심 가치인 '재판 독립'을 다룬 이번 재판의 1심 결과는 어느 쪽으로든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부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검찰권 남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 당시부터 지속해서 비판해온 대목이다.
그는 작년 9월 결심 공판에서 "억지 추측을 바탕으로 한 수사권 남용의 열매이자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례의 교육재료로 삼을 만한 300쪽에 달하는 공소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등의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에 검찰이 '법관 블랙리스트'나 '재판 개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재판부 판단에 대한 시비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법원이 판단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근원적 의구심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일었다. 이런 가운데 피고인들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팔이 안으로 굽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연합뉴스
"무리한 기소"·"제 식구 감싸기" 논쟁 등 후폭풍 이어질 듯 전직 사법부 수장이 법정에 선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 1심 재판이 '전부 무죄'로 결론 났다. 법원이 핵심 쟁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의 성립 여부를 까다롭게 따진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남용할 직권'이 있었는지부터 시작해 이를 실제 행사했는지, 이로 인한 권리행사방해의 결과가 있었는지 등을 엄격히 판단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설령 하급자가 직권을 남용한 경우가 일부 있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하진 않았다고 봤다. 법원이 300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 내용을 사실상 모두 부인함에 따라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애초에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견부터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 식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 41개 직권남용 혐의·공모관계 모두 불인정
양 전 대법원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기소 당시부터 직권남용 혐의의 인정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공소장에 나오는 47개의 구체적 범죄사실 중 무려 41개에 이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이 사건 재판부는 각 범죄사실에 대해 ▲ 직권의 존재·행사 여부 ▲ 직권의 남용 여부 ▲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를 세부적으로 따졌다.
그 결과 직권남용죄가 적용된 범죄사실 중 대다수가 이들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 대법관에게 행정처 입장을 전달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고, 설령 직권을 행사했다고 보더라도 이를 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직권 없이는 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을 통해 이 소송의 상고심 재판 지연 방안 등을 행정처 심의관에게 검토하게 한 혐의에 대해선 "임 전 처장에겐 행정처 심의관에게 협조 요청을 할 직무상 권한이 있었고 이를 행사했지만, 재판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보기 어려워 직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위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남용'은 아니라는 취지다.
직권을 행사했더라도 그것이 남용에 해당하려면 법령상 직권의 목적에 맞게 이뤄졌는지, 또 당시 상황에서 타당성이 있는 행위인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당시 사법 행정에 비판적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하려고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방침'을 공지해 실제로 법관 100명을 탈퇴하게 한 혐의에는 "중복가입 금지 규정은 예규에 명시돼 있고, 법관들이 이에 따라 연구회를 탈퇴한 것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권을 남용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니라면 직권남용죄가 아니라는 법리다.
이 법리는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이후인 2020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립된 것이다.
이처럼 직권남용죄의 성립 여부를 엄격히 따진 재판부는 하급자의 직권남용이 인정되는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공모관계'를 잣대로 한 차례 더 판단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례로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비공개 정보 수집과 보고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의 일부 직권남용이 인정되나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 검찰 수사·재판부 판단 두고 논쟁 이어질듯
사법부의 핵심 가치인 '재판 독립'을 다룬 이번 재판의 1심 결과는 어느 쪽으로든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부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검찰권 남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 당시부터 지속해서 비판해온 대목이다.
그는 작년 9월 결심 공판에서 "억지 추측을 바탕으로 한 수사권 남용의 열매이자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례의 교육재료로 삼을 만한 300쪽에 달하는 공소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등의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에 검찰이 '법관 블랙리스트'나 '재판 개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재판부 판단에 대한 시비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법원이 판단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근원적 의구심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일었다. 이런 가운데 피고인들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팔이 안으로 굽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