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든 '트럼프 변수'에 韓경제 셈법 복잡…"배터리·車 타격"

"대미 무역수지 흑자 부메랑으로…한국도 타깃될 수 있어"
"바이든 연임시 채널 잘 활용해야"…국내 주요 연구기관 진단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2곳에서 연승하면서 그가 당선될 시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할 경우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대비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트럼프 정부 2기'가 현실화한다면 특유의 저돌적 정책들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의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상 주요 정책 기조로는 미국 우선주의, 반(反)친환경 정책 등이 꼽힌다.

445억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 "이차전지 투자 계획·집행 쉽지 않을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이른바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내걸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세제 혜택)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IRA를 전면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보조금 정책을 상당 부분 바꿀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강구상 북미유럽팀장은 28일 연합뉴스에 "IRA 수정이 현실화하면 미국에 합작법인 등 형태로 진출해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이 일차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며 "배터리 3사와 동반 진출한 기업도 2차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과 의회 선거도 같이 치러지기 때문에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소중립 정책 후퇴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지연을 부를 수도 있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작년보다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며 "이차전지 등과 관련 추가 투자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투자 계획 집행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도 "특히 친환경차 산업이 침체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이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다 보니 자동차 산업 자체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10% '보편적 기본관세' 실현되나
트럼프 캠프는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캠프는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445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이 된 건 21년 만이다.

주 원장은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하려 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맺자는 상황에서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가 커지니까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높여 우리나라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강 팀장은 "미국이 해외에 아웃소싱하는 부문이 있는데, 이에도 보편관세를 매기면 미국 기업이 수입할 때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듯"이라고 했다.

안보 이슈로 인한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영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6배 증액을 요구한 적 있다.

다시 제기될 경우 현재 세수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송 연구위원은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인정한다면 중국과 대만의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3분의 1로 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바이든이 했던 모든 정책을 부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우리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바이든 당선시 "미국 투자 확대, 장기적으로 '독'"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방향성에 맞춰 대응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옅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나친 미국 투자 확대, 중국 의존도 등은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생산 기반이 옮겨지다 보니 한국 경제 측면에서 5∼10년 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팀장은 "'바이든 2기'가 시작되면 더 강경하게 중국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에 많이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또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물자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더 강하게 드라이브 걸 것"이라며 "중국과 공급망에서 얽혀 있는 기업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급 산업·공급망 대화 등 정부 차원에서 구축된 대화 채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