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풍향계] 급한 불은 껐지만…FOMC·빅테크 실적 주목

주식시장이 4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첫 주간 상승이다. 연말 랠리를 이끈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한 가운데 갖가지 악재가 부각되면서 지속되던 급락 장세는 일단 진정된 듯하다.

매섭던 외국인 매도세도 수그러들면서 코스피는 2,400 중반대에서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주 몰려 있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미국 통화정책을 논의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켜보면서 시장의 지지력과 반등 탄력을 테스트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6일 2,478.56으로 1주일 전인 지난 19일(2,472.74)보다 0.23% 올랐다.

업종별로는 증권(5.87%), 전기가스(4.95%), 보험(4.80%), 금융(4.33%), 운수장비(2.70%), 유통(2.09%), 건설(2.03%), 통신(2.01%)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반도체주가 포함된 전기전자(-2.36%)를 비롯해 의료정밀(-2.36%), 종이목재(-2.13%)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 투자자(기타외국인 포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한 주간 9천309억원어치의 주식 현물과 1천108억원어치의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현·선물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인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기관도 2천732억원어치 주식 현물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은 1조1천501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1천140억원과 727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천123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837.24로 1주일 전(842.67)보다 0.64% 하락해 3주째 내림세를 지속했다.

작년 한 해 18.73%(코스피 기준) 올라 수익률이 27개 주요국 중 13위에 랭크됐던 한국 증시는 연초 최하위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66% 하락했으며, 코스닥지수는 3.38% 내렸다.

연초 수익률이 유일하게 한국보다 부진했던 홍콩(항셍지수 -6.42%)과 중국 증시(상하이종합지수 -2.18%)도 지난주 중국 정부의 대규모 증시 부양책 발표 뒤 급반등하면서 한국을 앞지른 상태다.
한국 증시의 이 같은 부진은 과도했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면서 부상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중동 위기와 양안 충돌 우려,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 때문에 강화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과 장기화되는 중국 경기 부진과 증시 급락이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자금 이탈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증시 부진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지속되는 국내 경기 부진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IT(정보기술)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 상무부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2.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연착륙 기대 속에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초 대비 2.54% 올랐으며 미국 나스닥지수는 2.96% 상승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돌출했던 악재들은 하나둘씩 개선되는 모습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2일 기준금리(대출우대금리)를 5개월째 동결하면서 극에 달했던 중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는, 이튿날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방침과 중국 정부가 2조위안(37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 투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잦아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부진으로 확산했던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도 대만 TSMC의 실적 개선에 이은 SK하이닉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진정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603억원)의 5배가 넘는 3천46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차별적인 약세를 야기했던 4분기 실적 불안과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및 증시 폭락은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SK하이닉스의 실적 서프라이즈 영향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실적에 대한 불안심리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증시의 반등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강도는 약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큰 반등 아니어도 천천히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중국 부양책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기업 실적과 FOMC도 중요한 이벤트여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1월29일~2월2일)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회의인 FOMC(현지시간 30~31일)가 열리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30일), 알파벳(30일), 애플(2월1일), 아마존(1일), 메타(1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증시의 변동성 키우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가 열리고 미국 재무부 국채 발행 계획도 있으며 애플을 비롯한 소위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서 증시 움직임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만약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연준의 스탠스가 그리 긴축적이지 않다면 지난주와 같은 상승 흐름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방향이 정반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극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나 인텔처럼 실적에 조금만 미스가 나거나 가이던스(전망)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있고 월말 월초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많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는 4분기 실적 악화로 지난 25일 하루 동안 주가가 12% 이상 급락했으며, 인텔은 양호한 4분기 실적에도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한 탓에 26일 12% 떨어졌다.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된 상황이어서 FOMC에서 나올 메시지의 파급력이 종전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주식시장은 보합 정도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FOMC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많이 내려와서 반영됐기 때문에 연준이 약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나오더라도 1월 우리나라 산업활동동향과 수출 지표가 약간 개선되는 쪽으로 나오면 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는 낙폭 과대 때문에 약간 반등했지만 재차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지준율 인하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고, FOMC에서도 금리인하나 양적 긴축(QT)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에 주가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 FOMC, 미국 고용보고서 등 중요한 이벤트들이 많다"며 "통화정책, 경제지표의 방향성은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가 움직임은 실적이 결정할 공산이 크고 한국 증시는 빅테크들의 양호한 실적 발표에 힘입어 제한적인 반등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NH투자증권은 2,410~2,530, 한국투자증권은 2,420~2,520으로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30일(화) 미국 1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 31일(수) 한국 12월 산업활동지표, 중국 1월 제조업·비제조업 PMI, 미국 1월 ADP 민간 고용
▲ 1일(목) 한국 1월 수출입 동향, 미국 FOMC 기준금리 결정
▲ 2일(금) 한국 1월 소비자물가 동향, 미국 1월 ISM 제조업지수·1월 실업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