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뜨면 돈 '흥청망청'…美 대선 변수된 '테일러노믹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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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주간전망미국 경제는 '골디락스'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합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 상황보다 더 좋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기대치를 뛰어넘었고 미 중앙은행(Fed)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시장 예상보다 빨리 둔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표로 축출"…트럼프 저격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치·경제학
골디락스에 기여한 '테일러노믹스' 정치화하나
'고평가 '고용보고서의 이면…바이든 첫 유세서 반전 도모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미 국내총생산(GDP)은 만족스러울 만큼 뜨겁고 물가는 상쾌할 정도로 시원하다"며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이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슈퍼 골디락스' 수준의 경제 상황이 온 이유는 뭘까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입만 열면 반복하는 '바이드노믹스'의 효과일까요. 인프라 공사와 각종 보조금을 통한 재정 부양효과는 작지 않았지만 미국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했습니다.
'Bottom up. Middle out'(지역 중심, 중산층 확대)이라는 바이드노믹스 구호의 소구력은 기대만큼 크지 않습니다. '사실보다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격언을 절감할 정도로 바이든 대통령은 각종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한참 뒤지는 지지율 성적표를 받고 있습니다. 홀대받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습니다. 스위프트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컸다는 점에 대부분이 수긍합니다. 특히 지난해 스위프트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공연장은 인산인해였고 해당 지역은 간만에 호기를 맞았습니다.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공연으로만 6조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스위프트의 이름을 딴 '테일러노믹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결과적으로 '테일러노믹스'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바이드노믹스'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바이드노믹스'와 '테일러노믹스'의 엇갈린 운명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슈퍼 골디락스 이끈 테일러노믹스?
스위프트의 노래들은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습니다. 2022년 10월엔 빌보드 싱글 차트 1~10위를 모두 석권하기도 했습니다.2022년까지 스위프트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음악 중심이었다면 지난해엔 본격적인 문화적 신드롬으로 확대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위프트의 경제적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리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경제 안에서 살고 있다’는 기사에서 테일러노믹스를 간단하게 정의했습니다.
“스위프트가 오면 그의 팬들은 돈을 흥청망청 씁니다. 그러면 그 지역 경제는 확 살아납니다. 이것이 바로 테일러노믹스입니다.”WSJ의 설명대로 스위프트 공연은 대박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평균 7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인산인해였습니다. 주변 식당과 호텔은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 욕구를 억누르고 있던 사람들이 스위프트를 보기 위해 기꺼이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항공 및 여행 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습니다. 스위프트의 팬들을 지칭하는 스위프티들을 겨냥한 비즈니스도 성황을 이뤘습니다. 공연장 주변에서 스위프트의 얼굴이 새겨진 도넛은 만드는 족족 판매됐고 스위프트의 노래 이름만 갖다 붙인 칵테일도 불티나듯 팔렸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스위프트의 공연으로만 46억달러(6조15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추산했습니다. 50억달러가 넘는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파월이 '테일러노믹스' 인정하나
테일러노믹스는 음악을 넘어 스포츠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의 남자 친구인 트래비스 켈시가 뛰는 미식축구팀 캔자스스티 치프스 경기는 연일 만원 사례입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치프스와 버팔로 빌스의 경기는 역대 북미프로풋볼리그(NFL) 플레이오프 중 가장 많은 5600만명이 시청했습니다.스위프트 덕에 사람이 모이고 소비가 진작됐습니다. 비욘세 효과에 영화 바비의 흥행도 더해졌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경제 부양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3.3%(연율 기준)이었습니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경제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2.5%였습니다.
테일러노믹스 영향력은 Fed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스위프트의 콘서트 덕에 호텔과 식당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달 뒤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스위프트와 바비의 흥행으로 인한 소비 진작효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명암을 봐야 한다고 지적습니다. 그는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경제가 회복력을 유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경제력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상승시키지 않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번엔 어떨까요. 31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첫 FOMC에서 6개월만에 파월의 생각이 바뀌었는 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6개월 전에 비해 경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장률은 확 올라갔고 개인소비지출(PCE) 중심으로 보면 디스인플레이션 기세는 확연합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PCE는 더욱 그렇습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연히 "향후 나오는 데이터를 보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겠지만 금리 인하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다면 시장은 환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 입장만을 취하기 힘든 건 사실입니다. PCE보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요인입니다.
'바이드노믹스' 제대로 평가받나
바이든 행정부는 억울합니다. '테일러노믹스'처럼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게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이지만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습니다. 'Bottom up'을 목이 터져라 외쳐도 국민들 귀에 꽂히지 않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적은 높은 점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연착륙에 성공해도 파월의 공이라는 평가가 더 많을 공산이 큽니다.다른 나라에 비해선 최고의 경제 성적표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하면 그렇지 못한 게 큰 이유입니다. 그 때는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았고 세계가 지금처럼 전쟁판이 아니었습니다. 인플레가 잡히지 않고 여러 전쟁이 확전될수록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 확률이 높습니다. 막연히 '경제에선 트럼프가 바이든보단 낫겠지'나 '트럼프는 이 난국을 어떻게든 해결하겠지'하는 기대심리입니다.
바이든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경제와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플레를 빨리 잡고 적정 시점에 Fed가 금리를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확전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태세입니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와 과거 실정을 들춰내고 약점인 낙태 이슈를 집중 제기할 계획입니다. 트럼프 공격으로 전환하는 본격적인 시발점이 다음달 3일 있을 민주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입니다. 큰 사고가 없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게 기정사실입니다. 그보단 중요한 건 트럼프 공격 성공 여부입니다. 이 공격이 먹히느냐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만회할 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스위프트도 대선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2018년에 테네시 주의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을 지지했습니다. 2020년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을 투표로 축출할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올해에 스위프트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슷한 발언을 한다면 어떤 파장이 일 지 알 수 없습니다.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4년 전보다 강해졌고 트럼프 지지층도 예전보다 견고해졌습니다.
스위프트는 최근에 10대 젊은팬들을 향해 대선에 참여하라는 의미로 유권자 등록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선 직전인 10월에 콘서트 일정을 몰아두고 있습니다.
요컨대 '바이드노믹스'가 '테일러노믹스'처럼 호재로 바뀔 지와 '테일러노믹스'가 '테일러폴리틱스'로 확대될 지 여부도 올해 대선 정국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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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