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한국 방문 美 작가 '작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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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불안감·우울증 높아지는 추세 언급미국의 유명 작가이자 인플루언서가 한국을 방문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화제다.
"유교 문화와 자본주의 단점 극대화" 지적
다만 '보기 드문 회복력' 있어…"길 찾아야"
최근 유명 자기계발서 '신경 끄기의 기술'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약 14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마크 맨슨은 지난 22일 이 같은 제목의 24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28일 기준 조회수 52만회를 달성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이 영상에서 맨슨은 한국이 경제·문화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엔 우울함과 외로움이 있다며 한국인의 불안감과 우울증, 자살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언급했다. 또한 이는 "한국이 유교 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직접 한국을 방문해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는 맨슨은 "무엇이 최악의 정신건강 위기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냐"라며 "얼마나 강력한 사회적 압력이 한국인을 불안과 우울증으로 몰아가는지 알아보러 왔다"고 취지를 밝혔다.
먼저 그는 한국에 15년 거주한 미국인이자 게임 스타크래프트 해설가 니콜라스 플롯을 만나 1990년대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열풍 현상이 분 것에 대해 짚었다. 플롯은 프로게이머들이 비법을 공유하고 경쟁하면서 서로를 더 성장시키는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한국의 게임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스타크래프트의 이런 성공 공식은 대기업, 스포츠, K팝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됐다는 게 플롯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맨슨은 "오로지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그들에게서 가능한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강렬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적용한다"며 "이 공식은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으나 한편으로 심리적 낙심을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이어 맨슨은 한국이 경쟁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배경에는 6·25전쟁을 비롯한 한국의 역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 후 한국의 경제 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며 "국가를 경제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정부는 잔인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이서현 씨를 만난 뒤 알게 된 '인지 왜곡'이라는 심리학 개념도 소개했다.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서현 작가는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하다"며 "한국에서는 100점을 맞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완벽주의자가 많다. 그래서 항상 실패의 느낌이 들게 된다. 이는 우울증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맨슨은 "가장 흔한 인지 왜곡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것"이라며 "한국 젊은이는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정신건강 관점에서 이건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맨슨은 "유교 문화에서는 개인이 없다. 모든 것이 가족 중심으로 이뤄진다. 가족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며 "희생할 의지나 능력이 적을수록 더 많은 수치와 심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교 문화에서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공감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인격의 실패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장에서도 상사의 퇴근 시간에 자신의 퇴근을 맞춰야 하고, 회식에 무조건 참석해야 하는 등 자기 삶을 선택하는 자율성과 통제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사회에서 끊임없이 유교적 가치로 가혹한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했다.다만 맨슨은 이런 상황 속 한국에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회복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인은 일제강점기, 전쟁에서 살아남았듯 항상 위기에서 빠져나올 돌파구를 찾는다"며 "한국인들은 이제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그들이 길을 찾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