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우혁 개인전, 뼈저린 가난을 평화로운 풍경으로 이겨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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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어릴 때부터 집안이 빚에 시달려
물감 살 돈 못 구해 목탄 쓰기도
그림 그리며 어려운 환경 견뎌내
악착같은 노력으로 독일에 정착
"아직도 과거의 일들 '소용돌이'
풍경화로 복잡함 벗어나려 해"

그런데 빈 작가의 그림은 평온하고 고요하다. 전쟁 같았던 지난날과 정반대의 분위기다. “빈 작가의 작품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는 마니아들이 생겼고, 국립현대미술관과 OCI미술관 등 그의 작품을 소장한 국내외 기관도 늘고 있다. 그는 지금 독일에서 살면서 산책길과 연못 등 유럽의 평화로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멧돼지 사냥’을 계기로 한국에 찾아온 빈 작가를 최근 만났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의 관계를 물었다. 작가는 “내가 겪은 여러 괴로운 일로 작품 세계를 포장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살아온 얘기를 들려줬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재료비가 없어 동료들이 버린 종이를 주워다 썼다. 물감 살 돈도 없어 가장 싼 재료인 연필과 목탄을 썼다. 그렇게 작가는 2010년대 중반까지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작품들을 팔아 생활비를 벌었다. 지금도 그는 때때로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도 그런 작품이 몇 점 나와 있다.대학원을 졸업한 2013년 그는 독일로 떠났다. 그곳의 풍경은 아름다웠고 가족 문제도 없었다. 물감은 한국의 반값이었고 도처에 있는 미술관마다 거장들의 명작이 걸려 있었다. 1년간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그가 4년 전 다시 독일로 가 정착한 이유다.
그는 “지금도 제 마음속에서는 과거의 일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며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는 건 그런 복잡한 마음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언젠가는 이런 개인적인 어려움을 다 털어내고, 여러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2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