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소프트웨어로 자동차를 정의하는 시대의 조직 운영

이우종 엔젤식스플러스 대표·아모그룹 부회장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자동차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대표적 용어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이다. 이는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런 SDV가 미래차 핵심으로 부상했다.

SDV 시대에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DV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사용 비중이 증가했다고 해서 SDV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선으로 프로그램을 갱신할 수 있는 OTA(over the air) 기술이 적용됐다고 해서 SDV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SDV는 스마트폰에서 경험한 앱 서비스와 같은 구독경제 서비스사업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시장에서 운영 체계를 선점한 애플과 구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각각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 같은 차량 인포테인먼트(IVI) 전용의 운영 체계를 시장에 내놨고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IVI 앱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에서의 소프트웨어 적용은 스마트폰 사업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안전에 대한 시각이다. 사고가 인명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표준 아키텍처도 바뀌어 왔다. SDV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의 급증으로 소프트웨어의 복잡도는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을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디커플링 작업)가 진행됐고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재사용이 가능한 개발 표준 아키텍처가 ‘오토사’(AUTOSAR)라는 명칭으로 2003년 제정됐다.그러나 이는 이후에 탄생한 SDV 개념을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또 다른 표준인 ‘어댑티브 오토사’(Adaptive AUTOSAR)가 2017년 마련됐다. 기존의 오토사는 ‘클래식 오토사’라고 부르게 됐다. 주의할 부분은 어댑티브 오토사가 나왔다고 클래식 오토사가 소멸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시간 운영이 중요한 안전 분야, 예를 들어 엔진, 에어백, 브레이크, 조향 등과 같은 분야는 여전히 클래식 오토사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LG전자 재직 시절 미래차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조직의 기둥을 크게 둘로 나눠 운영했다. 기둥의 하나는 그린 사업부였고 나머지는 스마트 사업부였다. 신뢰성과 안전 품질이 우선인 모터, 배터리, 파워전장품이 그린 사업부에 소속됐고 (지금은 LG마그나로 변모),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 수시로 프로그램을 갱신하는 분야인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자율주행 분야는 스마트 사업부(지금은 LG전자 VS본부)로 구분해 운영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분야를 나눈 것이다.

나는 강조한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할수록 하드웨어와의 소통은 더욱 긴밀하고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하드웨어 개발은 그 특성상 일사불란한 구조를 가진 폭포수 개발 방법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에 소프트웨어 개발은 수시로 버전을 갱신하면서 진화하는 방식, 소위 애자일 개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방식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조화롭게 개발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가 시스템공학 관점에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드웨어와 분리하는 것 못지않게 탄생한 산출품을 효과적으로 하드웨어와 통합하는 작업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통합 시점과 검증 절차가 보다 정교해야 한다. 시스템 관점에서 서른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통합하려면 리더십도 더욱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동적 운영이 강조되는 SDV 시대가 다가올수록 연구개발 조직의 운영은 협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리더십도 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