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급한 바이든, 반도체 보조금 서둘러 푼다

3월 의회 연설 전 지원안 발표

더딘 보조금 지급에 업계 불만
바이든, 대규모 지원 속도낼 듯

대선 격전지 애리조나 등 지급
삼성전자와 협상도 곧 마무리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8월 자국 반도체산업을 진흥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의 반도체지원법에 서명했다. 진보 성향 시장조사업체 내비게이터리서치의 지난해 10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지원법은 응답자의 69%가 지지한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법안이다.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지급된다.

불확실한 보조금에 공장 개장 지연도

현란한 법안 홍보와 대조적으로 실제 반도체지원법 집행은 지지부진했다. 까다로운 보조금 수령 조건 탓에 실제 보조금 지급 건수는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업계에선 법안 이행 속도가 느려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불만이 커졌다.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최근 애리조나주 두 번째 공장의 생산이 1~2년 정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보조금과 관련한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TSMC는 첫 번째 공장 개장을 2024년에서 2025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존 버와이 연방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 보안 및 기술 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TSMC가 미국보다 훨씬 빠른 기한 내에 대만이나 일본에서 팹(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더라도 곧바로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는 예비 성격을 띠며 실사를 거쳐 최종 지급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자금은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된다. 개별 기업의 지급 시기와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인텔·TSMC 먼저 받을 듯

이번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의 유력한 수혜 기업으로 인텔과 TSMC가 거론된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 오하이오주, 뉴멕시코주, 오리건주에서 435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TSMC는 총 4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고 있다.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는 오는 11월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격전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3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이 밖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글로벌파운드리 등도 보조금 지급 예상 기업이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팹당 최대 30억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보조금부터 대출, 대출 보증, 세금 공제 혜택까지 총 39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보조금 지급이 결정돼도 변수는 있다. 숙련된 반도체 공장 근로자가 부족한 건 잠재적 지연 원인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기술자, 컴퓨터 과학자, 엔지니어를 포함해 반도체산업에 6만7000명 규모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국가환경정책법(NEPA)도 위협 요인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보조금을 지급하기 전 환경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연방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NEPA 검토에 평균 4.5년이 걸렸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 공장 건설이 1년 지연될 때마다 건설비용은 약 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원 의회에서 주요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의 NEPA 검토를 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 문턱은 넘지 못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