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조각가] 장식·군더더기는 싹 버렸다…韓 미니멀리즘 대가 박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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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원로 조각가 박석원(사진)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추상 조각의 유행을 선도한 작가다. 사물을 절단하고 반복해서 쌓아 올린 그의 작품들은 조각을 이루는 물질들의 자연적인 성질에 주목한다.
1942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외로울 때마다 동네 뒷산의 개울가를 찾았다. 축축하게 젖은 진흙을 빚고, 돌과 나무토막을 쌓으며 시간을 보낸 추억은 그를 조각가의 길로 이끌었다. 박 작가는 일찌감치 국내 미술계에서 두각을 보였다.20대였던 1968년과 1969년 ‘초토’와 ‘비우’로 대한민국미술대전 국회의장상을 연속으로 휩쓸었고,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파리 비엔날레 등 국제무대에 작품을 선보였다.
극단적으로 단순한 형태를 추구한 그의 작품들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인공적인 재료가 아니라 자연적인 소재를 주로 활용하고, ‘자연과의 합일’ 등 동양사상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 초기 작품들은 앵포르멜(부정형 미술)에 기반한 철 용접작업이 대부분이었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땅을 떠올리며 만든 ‘초토’ 등이 이때 나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