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인터넷 성장에 '일자리 대격변'…범정부 대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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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발전에 산업구조 변화…팬데믹 기폭제로 일자리 지각변동
매장 직원과 이커머스 직원 달라…인력 재배치 '연결 메커니즘' 필요 유통가가 은행권처럼 '일자리 대(大) 격변기'를 겪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발전과 온라인 중심 산업구조 변화, 그리고 최근 고물가와 맞물려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여 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폭제로 작용해 유통산업 구조를 더 뒤흔들었고, 일자리 개편 속도는 더 빨라졌다.
IT 발전과 비대면 문화가 겹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 점포는 줄어들었다.
여기에 셀프 계산대와 키오스크가 보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작년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분석을 보면 온라인 비중이 53.7%를 차지했고 대형마트(17.3%), 편의점(15.3%), 백화점(11.4%), 기업형 슈퍼마켓(SSM·2.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 근무 직원은 줄어들고 이커머스·물류 업계 인력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산업 인력 재배치는 전 세계, 전 산업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존 인력을 전환 배치할 일자리를 연결해주거나 새로운 분야 교육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은행 점포와 닮은꼴…마트·편의점·화장품·패션업계까지 일자리 변동
대형마트가 전국 곳곳에 점포를 늘리던 시절에는 그만큼 신규 일자리도 대거 창출됐다.
특히 '마트 캐셔'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전문성이 없는 30대 이상 여성들이 주거지 근처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반가운 일자리'였다. 그러나 IT 발전과 코로나 사태로 고객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비대면 자동화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됐다.
기업별 점포 수(직원 수)를 보면 롯데마트는 2019년 6월 말 125개(직원 1만3천명)에서 작년 6월 말 111개(1만900명)로, 홈플러스는 140개(2만3천명)에서 131개(2만명)로 각각 줄었다.
이마트 역시 158개(2만5천여명)에서 154개(2만3천여명)로 감소했다.
이들 대형마트는 매장을 폐점하면서 인력을 해고하지 않았으나 재배치 등과 맞물려 퇴사자가 발생했고 신규 채용이 줄고 정년 퇴직자가 증가하면서 직원이 '자연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팬데믹을 거치며 로드샵이 대폭 감소하면서 인력도 축소됐다.
이니스프리 가맹·직영점수는 2020년 657개에서 2022년 434개로 줄었다.
미샤 매장은 407개에서 296개로, 에뛰드는 174개에서 79개로 각각 감소했다.
헬스앤뷰티(H&B) 업계에선 랄라블라가 완전히 철수했고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정리했다.
일자리 변화는 셀프 계산대,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더 심화했다.
롯데마트는 셀프 계산대를 현재 110개 점에 1천여대로 늘렸다.
이마트도 149개 매장(96%)에 설치했고, 홈플러스는 90여개 매장에 500여대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업계는 24시간 내내 계산원이 없는 '완전 무인 매장'과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늘리고 있다.
GS25의 완전 무인 매장과 하이브리드 매장은 2019년 7개와 9개에서 작년 82개와 734개로 각각 급증했다.
CU의 하이브리드 매장도 400여개로 전체의 2%를 차지한다.
편의점 업계는 인공지능(AI) 편의점도 시험 운영 중이다.
패션업계에서도 유니클로와 에잇세컨즈가 각각 84개, 11개 매장에 셀프 계산대를 운영 중이고 이랜드 스파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스마트 매장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들 산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IT 발전과 함께 세계 경기가 고물가·고금리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매업 시장에선 인건비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는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불황이 닥치면서 인건비 축소 등의 비용 감축 노력은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 "인력 적절히 이어주고 배치하는 매커니즘 필요…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산업계 인력 조정 움직임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화장품 로드샵 등 유통가에선 저숙련 여성 근로자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이마트 여직원은 2019년 6월 말 1만6천여명에서 작년 6월 말 1만4천여명으로 2천473명(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여직원도 1천893명(20%) 줄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성장기업인 쿠팡 직고용 직원 수(계열사 포함)는 2017년 1만3천여명에서 작년 9월 기준 6만8천여명으로 늘어났지만, 대다수 물류센터·배달·택배 등에 배치된 젊은 인력으로 이들 마트 직원과 다르다.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통산업 구조변화와 대형마트 고용구조 변화' 논문에서 "자동 발주 등으로 마트 노동자의 고숙련 능력은 점차 필요가 없어지고 더 빠른 속도로 정해진 물건을 정해진 위치에 놓는 신체 능력만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계화와 자동화, 인공지능(AI) 발달 등으로 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근로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라며 "양쪽을 적절히 이어주고 배치하는 '연결 메커니즘'과 새 기술을 가르쳐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마트 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진 여성 근로자에게 어린이 돌봄이나 요양보호사 등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위원은 "산업부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뿐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주고 교육을 제공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매장 직원과 이커머스 직원 달라…인력 재배치 '연결 메커니즘' 필요 유통가가 은행권처럼 '일자리 대(大) 격변기'를 겪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발전과 온라인 중심 산업구조 변화, 그리고 최근 고물가와 맞물려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여 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폭제로 작용해 유통산업 구조를 더 뒤흔들었고, 일자리 개편 속도는 더 빨라졌다.
IT 발전과 비대면 문화가 겹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 점포는 줄어들었다.
여기에 셀프 계산대와 키오스크가 보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작년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분석을 보면 온라인 비중이 53.7%를 차지했고 대형마트(17.3%), 편의점(15.3%), 백화점(11.4%), 기업형 슈퍼마켓(SSM·2.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 근무 직원은 줄어들고 이커머스·물류 업계 인력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산업 인력 재배치는 전 세계, 전 산업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존 인력을 전환 배치할 일자리를 연결해주거나 새로운 분야 교육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은행 점포와 닮은꼴…마트·편의점·화장품·패션업계까지 일자리 변동
대형마트가 전국 곳곳에 점포를 늘리던 시절에는 그만큼 신규 일자리도 대거 창출됐다.
특히 '마트 캐셔'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전문성이 없는 30대 이상 여성들이 주거지 근처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반가운 일자리'였다. 그러나 IT 발전과 코로나 사태로 고객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비대면 자동화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됐다.
기업별 점포 수(직원 수)를 보면 롯데마트는 2019년 6월 말 125개(직원 1만3천명)에서 작년 6월 말 111개(1만900명)로, 홈플러스는 140개(2만3천명)에서 131개(2만명)로 각각 줄었다.
이마트 역시 158개(2만5천여명)에서 154개(2만3천여명)로 감소했다.
이들 대형마트는 매장을 폐점하면서 인력을 해고하지 않았으나 재배치 등과 맞물려 퇴사자가 발생했고 신규 채용이 줄고 정년 퇴직자가 증가하면서 직원이 '자연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팬데믹을 거치며 로드샵이 대폭 감소하면서 인력도 축소됐다.
이니스프리 가맹·직영점수는 2020년 657개에서 2022년 434개로 줄었다.
미샤 매장은 407개에서 296개로, 에뛰드는 174개에서 79개로 각각 감소했다.
헬스앤뷰티(H&B) 업계에선 랄라블라가 완전히 철수했고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정리했다.
일자리 변화는 셀프 계산대,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더 심화했다.
롯데마트는 셀프 계산대를 현재 110개 점에 1천여대로 늘렸다.
이마트도 149개 매장(96%)에 설치했고, 홈플러스는 90여개 매장에 500여대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업계는 24시간 내내 계산원이 없는 '완전 무인 매장'과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늘리고 있다.
GS25의 완전 무인 매장과 하이브리드 매장은 2019년 7개와 9개에서 작년 82개와 734개로 각각 급증했다.
CU의 하이브리드 매장도 400여개로 전체의 2%를 차지한다.
편의점 업계는 인공지능(AI) 편의점도 시험 운영 중이다.
패션업계에서도 유니클로와 에잇세컨즈가 각각 84개, 11개 매장에 셀프 계산대를 운영 중이고 이랜드 스파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스마트 매장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들 산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IT 발전과 함께 세계 경기가 고물가·고금리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매업 시장에선 인건비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는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불황이 닥치면서 인건비 축소 등의 비용 감축 노력은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 "인력 적절히 이어주고 배치하는 매커니즘 필요…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산업계 인력 조정 움직임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화장품 로드샵 등 유통가에선 저숙련 여성 근로자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이마트 여직원은 2019년 6월 말 1만6천여명에서 작년 6월 말 1만4천여명으로 2천473명(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여직원도 1천893명(20%) 줄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성장기업인 쿠팡 직고용 직원 수(계열사 포함)는 2017년 1만3천여명에서 작년 9월 기준 6만8천여명으로 늘어났지만, 대다수 물류센터·배달·택배 등에 배치된 젊은 인력으로 이들 마트 직원과 다르다.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통산업 구조변화와 대형마트 고용구조 변화' 논문에서 "자동 발주 등으로 마트 노동자의 고숙련 능력은 점차 필요가 없어지고 더 빠른 속도로 정해진 물건을 정해진 위치에 놓는 신체 능력만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계화와 자동화, 인공지능(AI) 발달 등으로 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근로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라며 "양쪽을 적절히 이어주고 배치하는 '연결 메커니즘'과 새 기술을 가르쳐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마트 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진 여성 근로자에게 어린이 돌봄이나 요양보호사 등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위원은 "산업부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뿐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주고 교육을 제공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