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뒤흔든 이단아의 '파격'…고강도 충격 요법 뭐길래

아르헨티아의 이단아 하비에르 밀레이 "2년 내 인플레 잡는다"
사진=AP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선언했다. 고강도 충격 요법을 통해 경제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펼쳐지고 있지만, 시위에 휘둘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밀레이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을지라도 국가가 통제하던 경제 근간을 바꾸겠다는 국민과 한 약속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플랜B(대안)는 없다"고 말했다.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연간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12월 211%대로 거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분석하며 "2년 안에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종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제게 감정에 흔들릴 만한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다. 4700만명의 국민이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취임한 밀레이는 자유 시장경제 이념에 입각한 규제 철폐와 공기업 민영화, 보조금 삭감 등 일련의 정책을 공격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식료품 가격 통제 폐지와 아파트 임대 제한 철회부터 이혼 소송 간소화까지 오랫동안 각 산업 분야를 옥죄어 온 각종 규정을 없애기 위해 366개 조항이 포함된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이 포함된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것은 우리가 제안하는 개혁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통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으로서 전임자들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공격적인 개혁에 역풍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소속 정당은 상원 의석의 10%, 하원 의석의 15%만 차지하고 있는 데다 1940년대부터 80여년간 이 나라를 집권한 민족주의 세력인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이념) 정당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강력한 노조와 맞서고 있는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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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은 "우리 안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내년 예비선거(PASO)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협조'하지 않는 의원들을 '자유 사회와 진보의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임 좌파 계열 대통령들이 러시아, 중국,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라이벌 편에 섰다고 주장하며 "아르헨티나는 서방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밀레이 대통령은 포클랜드(아르헨티나 명 말비나스) 제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으로 다소 껄끄러운 사이인 영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른스럽게 대처할 것"이라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이끈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견해다.

'전임 정부와의 외교정책 기조 차이'를 이유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 초청을 거절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재확인한 밀레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 "공산주의자들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정학적 고려와 교역 문제는 분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상 분야에서는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