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소부장펀드 청산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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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신한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팀장

수익률 30%, 조기청산

2020년 3월에 설정되었던 소재부품장비공모펀드(이하 ‘소부장펀드’)가 2024년 1월 첫째주에 최종 청산완료되었다. 공모펀드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약 30%를 기록하였고 3개월 정도 조기에 청산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차 전지 등 일부 섹터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섹터에서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일반적인 공모펀드 성과들 대비하여 다소 실험적으로 시행된 재간접 차등배분형 공모펀드로써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 가을, 대한민국에는 무슨일이?

시간을 거슬러 2019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당시 일간지 첫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내용은 한일무역 분쟁과 관련한 사항이었다.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對한국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당시 일본은 이번 시행령 강화 취지가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초계기 사건을 바탕으로 한국이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규제를 취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함으로 보이며 한국의 WTO 제소에 일본의 안보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는 주장을 위한 포석이라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리 회자되었다.

2019년 대한민국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 및 해당 기업의 자산 압류 및 매각 명령에 대항해 일본이 한국에 대해 단행한 일련의 경제제재 조치로 풀이된다. 2019년 7월 1일자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국에 대한 보복이 아닌, 기존의 수출 구조 재정비에 따른 조정일 뿐'이며,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적었다.

이에 정부차원에서는 정치/경제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였으나 특히나 대일 무역에 크게 의존하던 소부장 영역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아 곤역을 치뤘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불화수소등을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에, 즉각적인 대응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에 있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소재, 부품, 장비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 비중을 높이는 구조적 변경이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정부에서는 정치적 대응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표적인 기업들은 필수 소재 조달 구조 변경에 관한 대응에 주력하였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중차대한 국가 위기사항에 동참코자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시 시작하였다. 금융위, 금융투자협회, 한국성장금융 등 정부 주무 부서 및 주요 정책기관에서 주도하여 금융관점에서 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일조 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주요 방향성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소부장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 있어 해당기업에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투자채널을 조성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있어 투자라는 방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또한 향후 그 성과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만 소재, 부품, 장비 기업에 주목적 투자를 제한시키고 상장기업에 대한 장내 투자 보다는 기업에 새로운 돈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순수한 투자 측면에서 다소 발생할 수 있는 제한적인 요소를 보완하기 위해 재정 등 공적자금이 중순위로 참여함으로써 일정 부분 손실에 대한 버퍼를 가져갈 수 있도록 구조화 하는 것이 필요했다.

3개 공모운용사, 8개 하위운용사, 차등배분형 구조

소부장펀드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3개의 공모운용사가 한국성장금융, 판매사, 금감원 등과 협의하여 전체 구조 설계 및 판매지원, 감독기관과 협의를 통한 공모펀드판매절차 협의가 진행되었다. 이와 동시에 3개 공모운용사와 한국성장금융은 직접 투자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할 8개의 하위 운용사 선정작업을 진행하였다. 일반공모로 모집된 자금이 선순위, 재정이 중순위, 하위 운용사의 고유자금(GP Commitment)이 후순위로 트렌칭화 하였으며 펀드 성과에 따라 선/중/후 순위가 성과의 이익을 달리 가져가는 차등배분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선순위 투자자에게는 중/후순위 버퍼를 통한 안정성을, 재정은 중순위에 위치함으로써 더 많은 선순위 투자자들이 편안하게 펀드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하위 운용사는 후순위권자로 고유자금 참여를 통한 책임투자 원칙 시현과 향후 우수한 펀드 성과를 달성시에 성과보수를 취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인기리에 판매 시작, 하지만 큰 변수에 봉착

대일무역분쟁에 대한 대국민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본 펀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였고 차등배분형 구조에 대한 안정성 등으로 예상보다 빠른 판매가 이뤄지며 조기 판매 종료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져갔다. 하지만, 당시 전세계적 위기로 큰 충격을 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되었고 또한 이를 통한 판매 동력을 잃게 되어 예상판매량의 약 70% 수준에서 조기 판매 종료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만사 세옹지마

코로나19 등의 위기 상황으로 완판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당시에 투자를 시작하게 된 많은 하위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크게 빠진 상태에서 시작을 하게 되는 예상치 못했던 일종의 vintage advantate를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상장/비상장 할 것 없이 벨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펀드 운용을 시작하게 되어 이후 다양한 변수로 시장에 크고 작은 영향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량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또한,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로 펀드 환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코자 자펀드의 만기를 모펀드의 만기보다 짧게 설정하고 또한 펀드만기 전 선순위 공모펀드로 참여한 일반투자자들에게 환매되어야 할 원금 이상을 유동성 자금으로 확보하게 강제하는 등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둠으로써 안정적 환매가 이뤄질 수 있게 구조화 하였으며 결과적으로는 조기 청산이라는 기분좋은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향후 민관이 함께하는 펀드의 milestone이 될 수 있기를

소부장펀드는 민관이 함께한 여러 프로젝트 중 중요한 성공사례로 향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 공동 참여 공모펀드, 차등배분형 재간접 펀드 구조, 특정 주목적 투자 제한 등의 특장점을 통해 관에서의 마중물 역할 최적화와 민에서는 공모펀드에 참여하고 위험과 수익에 따른 배분 구조로 차별화 한 점, 마지막으로 시대별로 요구되는 다양한 방점을 금융 상품에 도입할 수 있었던 점 등은 향후 유사한 상품들을 고안하는데 있어 큰 시사점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폐쇄형 공모펀드로 만기 4년으로 설계하여 일반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중장기투자 및 exit이 가능할 수 있게 한 점 등도 중요한 사항으로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