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서 물건을 사게 하고 싶다면 애착과 강박을 자극하라 [서평]

"내가 원하는 내 모습, 사랑하는 물건에 담겨있다"

서평
애런 아후비아 지음
박슬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412쪽
2만2000원
사람들은 왜 유명 맛집에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까? 애플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매장 앞에는 기나긴 행렬이 이어질까? 이처럼 가방, 시계, 자동차와 같은 물건에 열광하는 것은 혹시 이 물건들을 사랑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소비자 심리학의 대가인 애런 아후비아 미시간대 디어본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는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을 통해 인간이 사물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들의 비밀을 밝혀낸다. 저자는 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사물에 대한 욕망을 파헤친다. 저자는 인간이 더 나은 사회적 평가를 위해, 타인과의 애착 형성을 위해, 더 나은 삶은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물에 대해 애착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차갑고 실용적인 관계에 감정적 온기를 불어넣은 ‘관계 난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첫 번째 관계 난로는 사람이 사물처럼 여기는 ‘의인화’다. 반려동물은 사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도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정말 사랑하고 자기 자식처럼 대한다.

저자는 저장 강박도 의인화와 관계있다고 주장한다. 물건을 강박적으로 모으고 저장하는 것은 그것이 매우 중요하고 쓸모 있을 것이라고 과도하게 믿는 심리적 장애가 표출되는 행동이다. 또한 그 물건이 자기와 강력하게 통합되어 그 대상을 없애면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물을 인간으로 인식하면 도덕적 의무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관계 난로는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친구나 가족의 사진, 다른 사람에게 받은 선물,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나 물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휴대전화 등이다. 이 사물은 집단과의 관계를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쓰는 MAGA 모자,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후드티, 무슬림들의 히잡 등 특정 집단의 구성원임을 알리는 물건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물을 사랑하는 것은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관계 난로는 ‘자기감’이다. 저자는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평생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천 중이다”라고 말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특정 브랜드의 옷을 계속 입는 것, 어떤 음식을 먹는 것, 특정 자동차를 타는 것, 어떤 향수를 쓰는 것 등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소비를 하는 것은 단순히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아닌 내적 만족감과 정체성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기도 한다. 훌륭한 취향을 드러내는 미술품, 오페라를 즐기는 모습 등은 어떤 사람이 가진 문화 자본을 높이는 방법이다. 문화적 세련미를 나타내는 것을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세련미를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소비자 심리 분석은 마케팅 방법론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까지 알려준다. 사랑하는 물건들로 주변을 채우고 사랑하는 활동에 시간을 할애할 때 이러한 대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가 되고 자기 자신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조금 더 이해하면 더욱 행복하고 주변과 연결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