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출판서 종합 콘텐츠社로…'슬램덩크' 대원씨아이의 변신

"출판사가 책만 팔던 시대 지나"
웹툰 등 온라인 콘텐츠 강화
“만화출판업이 사양산업이라고요?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한강로 대원씨아이 본사에서 만난 황민호 대표(사진)는 이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해 회사의 종이 만화책 발행 부수는 1990년대 초반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회사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대원미디어 계열사인 대원씨아이는 만화책 슬램덩크를 한국에서 출판·유통한 것으로 유명하다.황 대표의 자신감은 실적에서 나온다. 대원씨아이의 2022년 매출은 480억원으로 전년(365억원) 대비 31.5%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627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만화책 발행 부수 감소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던 비결은 콘텐츠의 온라인 전환이다. 2019년 웹툰을 제작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온라인으로 본격 다각화했다. 2022년에는 온라인 콘텐츠 비중이 전체 매출의 53%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콘텐츠 매출 비중을 넘어섰다.

황 대표는 대원씨아이 웹툰의 성공 비결에 대해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대원씨아이 웹툰 가운데 히트작은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그런데도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이유는 일정한 품질의 웹툰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30년 넘게 종이 만화책을 만든 회사의 DNA가 강점이 됐다”며 “다른 웹툰에 비해 구성과 품질이 좋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대원씨아이가 새로 선보인 웹툰 수는 2021년 26편, 2022년 32편, 2023년 44편으로 매년 늘었다.

황 대표가 염두에 두는 사업 모델은 ‘1물(物) N가(價)’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형태의 제품·서비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원씨아이는 2022년 설립한 자회사 해담이엔티를 통해 1물 N가 모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담이엔티는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화와 굿즈를 결합한 공간인 비온아넥스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황 대표는 “콘텐츠를 만화에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만나 볼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며 “출판사가 아니라 한국 최대의 콘텐츠 전문회사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