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반려견 항암제 추천…사람 대상 '맞춤 의학' 선보일 것"

실리콘밸리의 K-프런티어
(5)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

美 동물병원 250곳과 협업
"약물 추천, 신약개발만큼 중요"
“반려동물은 물론 사람도 인공지능(AI) 기술로 암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사진)는 28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존 약물 중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AI를 활용해 맞춤형 의학을 혁신하겠다”고 했다.임프리메드는 맞춤 의학에 AI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이다. 환자의 암세포를 검사해 약물 반응을 시험해보고 적합한 치료제를 찾아준다. KAIST를 졸업한 임 대표는 미국 UC버클리 석사를 거쳐 스탠퍼드대에서 단백질 기반 항암치료제 관련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7년 5월 임프리메드를 창업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병원에서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방향을 틀어 데이터를 구하기 쉬운 반려동물부터 시작했다”며 “2018년 강아지 혈액암 샘플을 구해서 약물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1년부터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강아지는 혈액암 발병 빈도가 상당히 잦다. 전체 암의 20~30%가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이다. 임 대표는 혈액암에 집중했다. 현재까지 5300마리의 반려견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AI로 검증해 치료 예측 리포트를 작성했고 해외 여러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며 주목받았다. 임 대표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반려견들의 암 재발 기간이 기존 1년~1년 반에서 3년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며 “현재 미국 전역 동물병원 250여 곳과 네트워크를 맺고 항암제를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엔 강아지에 이어 고양이 혈액암 솔루션을 출시했고 지난 25일엔 한국에서 반려동물 암 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암 치료제 예측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7개 병원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에선 메이오클리닉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임 대표는 “미국에선 2025년, 한국에선 6년 후인 2030년 암 환자에게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마쳤다. 여기엔 소프트뱅크벤처스, SK텔레콤, KDB실리콘밸리 등이 참여했다. 총누적 투자금액은 450억원이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