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테일러노믹스에 밀리는 바이드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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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설 워싱턴 특파원“미국 경제는 ‘골디락스’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좋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2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 경제가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이상적 상황보다 더 낫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전문가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고 인플레이션은 시장 예상보다 빨리 둔화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만족스러울 만큼 뜨겁고 물가는 상쾌할 정도로 차갑다”고 호평했다.미 경제가 ‘슈퍼 골디락스’ 수준으로 좋아진 이유는 뭘까. 불사조가 된 소비 효과가 가장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쌓인 초과 저축이 줄어들면 급감할 것이라던 소비는 끝내 죽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말로 갈수록 소비 심리는 활활 타올랐다.
소비 늘린 '테일러노믹스'
소비를 살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미국 언론들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른바 ‘테일러노믹스’ 효과라고 정의했다. 스위프트가 오면 그의 팬들이 돈을 흥청망청 써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는 설명이다.스위프트는 지난해 미국 20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매번 7만 명의 관객이 몰렸고 주변 식당과 호텔은 늘 만원이었다. 스위프트를 보러 온 원정 팬도 많아 팬데믹으로 침체한 여행산업이 살아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스위프트의 공연으로만 46억달러(약 6조15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창출됐다고 추산했다.테일러노믹스는 스포츠로도 확대됐다. 스위프트가 연인인 트래비스 켈시가 속한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미식축구 경기를 보러 갈 때마다 해당 경기 시청률은 급증했다. 21일 열린 치프스와 버펄로 빌스의 경기는 역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플레이오프 중 가장 많은 5600만 명이 시청했다.
테일러노믹스의 영향력은 미국 중앙은행(Fed)도 인정했다. 지난해 5월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은 “스위프트의 콘서트 덕에 호텔과 식당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두 달 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스위프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
저평가된 바이드노믹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스위프트의 순회공연처럼 지역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부터 ‘바이드노믹스’라는 이름 아래 ‘지역 중심과 중산층 확대’(Bottom-up & Middle-out)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낙후 지역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보조금을 뿌려 상당한 경기 부양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바이드노믹스 평가에 인색하다. 바이드노믹스 효과 등에 힘입어 미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지만 바이든 대통령보다 파월 의장의 공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지지율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바이든 대통령도 이런 점을 알고 바이드노믹스를 홍보하며 경제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올해 첫 공식 대선 유세 일정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다음달 3일 본격 시작된다. 바이드노믹스가 테일러노믹스 수준으로 호평받을지가 올해 대선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