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덮친 상속세 쇼크…백기사 찾아 '동분서주'

징벌적 상속제도의 '덫'

승계 고민하는
만호제강·리노공업
PEF 등과 손잡고
경영권 방어 저울질
70년 업력의 만호제강은 최근 상속 이슈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자 ‘백기사’(우호 주주)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너 일가의 주요 주주가 대부분 80대 고령임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이 늦어져 승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외부 세력이 이 틈을 노려 경영진을 공격하고 있다.

만호제강처럼 요즘 중견기업이 백기사를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업력 40년 이상인 장수기업들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승계 과정에서 오너 일가 지분이 크게 줄었거나 승계에 차질을 빚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영권 상실과 기업 가치 하락 가능성이 불거지자 급한 대로 상당한 권리를 양보하면서 우군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까지 10년간 자사주 처분이나 지분 매각 등으로 우호 주주를 확보한 상장사는 52곳이었는데,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20여 곳에 달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1984년 출범한 DS단석은 승계에 차질을 빚다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을 백기사로 유치하면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경영권을 지켰다. 52년 동안 사업을 이어간 반도체 소재업체 리노공업도 승계 차질 문제로 재무적 투자자(FI) 확보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진 맥킨지 시니어파트너는 “대주주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산을 대물림하기보다 매각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사모펀드와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