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론 강조한 최상목…기재부 사무관들 '열광' [관가 포커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형식적인 의전은 안 해도 되니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 주세요”

지난해 12월29일 취임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각종 회의에서 국·과장급 간부들에게 자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는 단어는 ‘타율’이다. 업무를 할 때 무작정 많은 타석에 나설 것이 아니라 타석에서 얼마나 많은 안타를 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른바 ‘타율론’이다.기재부는 중앙부처 중에서 업무량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은 일상이다. 인사 적체도 심각하다. 기재부 사무관(5급)이 서기관(4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입직 후 15년 이상을 기다려야만 한다. 수 년 전만 해도 12년가량 사무관으로 일하면 서기관으로 승진했는데 이제는 더 늦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재부 내에선 ‘직업이 사무관’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기재부에서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명절을 맞아 처가에 갔는데, 어른들이 언제까지 사무관만 하냐고 계속 물어볼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낮은 연차 사무관들의 탈(脫) 공직사회도 잇따른다.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최 부총리는 기재부의 이런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 부총리는 효율성이 낮은 업무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의전이다. 통상 부총리가 현장 방문을 하면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대거 동행한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이런 관행을 없앴다.최 부총리는 취임 후 한 달 동안 총 9번의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때 담당 부서 국장 한 명만 최 부총리를 수행했다. 현장 방문에서 늘 있었던 사전 동선 작업도 없앴다. 통상 부총리가 현장을 방문하면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를 짠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기 위해선 이런 동선 계획은 없애야 한다 최 부총리의 주문이 내려왔다. 현장 방문 후 늘 나왔던 관련 보도자료도 없어졌다. 담당 부서와 대변인실은 부총리의 현장 방문에 대한 의미 및 성과에 대해 작성하는데 이런 ‘보여주기식 업무’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젊은 사무관에 대한 애정도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국장급 간부들을 향해 “사무관들을 업무에만 소모하게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사무관들이 세종에서 자기 계발이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업무에만 매몰되도록 소모하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최 부총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젊은 사무관들은 열광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취임하기 전만 해도 젊은 사무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과거 기재부 근무 시절 ‘일벌레’로 불렸던 최 부총리가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예전 대비 업무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 기재부 사무관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요새 ‘최상목의 재발견’이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며 “최 부총리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