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년 셰브런 '폐업' 벼랑 끝에 몰렸다…美 서부에 무슨 일이

친환경 규제에 美 서부 떠나는 기업들
"100년 서부 시대 끝났다"
미국의 주요 원유 산지인 캘리포니아 등 서부지역에서 석유기업이 연달아 철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등 주 당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화석연료 채굴 환경이 갈수록 악화해서다. 시장에선 '원유업계 서부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석유 생산업체인 엑손모빌은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캘리포니아 유정 자산 매각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셰브런도 자산 가치가 줄어들며 막대한 비용을 떠안았다. 두 기업이 장부에서 상각하는 자산 규모는 총 50억달러에 육박한다.로이터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앞서 셸과 25년간 이어온 파트너십을 종료하면서 캘리포니아주 육상 유정 시설을 철수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 규제 당국이 감독 수위를 높이면서 해양 채굴 시설도 철수 수순을 밟았다.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 시설을 폐쇄하며 2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계획이다. 50년가량 이어져 온 캘리포니아 석유 산업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셰브런도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145년 역사를 지닌 석유 시추 및 정제 시설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 캘리포니아 주 당국이 화석연료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손실액은 25억달러에 이른다. 셰브런의 한 임원은 로이터에 "주 정부가 캘리포니아를 투자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며 "2022년부터 이 지역에 대한 투자액을 최소 수억달러 줄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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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지역은 석유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1900년대 초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석유생산량 4위를 차지했다. 미국 최대 석유 시추기도 캘리포니아 해안에 처음 설치됐다. 석유를 바탕으로 캘리포니아의 인프라가 급속도로 발전했고, 그 뒤에 정보기술(IT) 산업단지가 생겨났다.그러나 서부지역 원유 생산량은 1985년 생산량은 하루 110만배럴로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였다. 2020년대 들어 하루 40만배럴을 밑돌았다. 석유 기업들이 유정 탐사와 설비 투자 예산을 축소하기 시작해서다. 주 정부가 규제 수위를 높인 데 따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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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며 석유기업을 압박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최초로 정유업계의 휘발유 가격 규제를 시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셰브런, BP 등 메이저 정유업체 5곳이 화석연료의 폐해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상반기 주 정부가 승인한 신규 유정 개수는 7개에 그쳤다. 1년 전 200개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 석유협회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정책이 "미국 기반산업과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납세자 입장에선 이런 정책은 큰 낭비다"라고 비판했다. 친환경 정책이 답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대기 자원 위원회 (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는 2000년부터 21년간의 온실가스배출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며 “캘리포니아는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통해 GDP 대비 탄소집약도 (GDP 1달러당 탄소 배출량)를 4.1% 감축했다”며 “이 와중에 GDP 성장률은 7.8%를 기록하며, 미국 평균 5.7%보다 앞선 경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