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재 영입 탈북 공학도 "인도적 지원도 韓 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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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인재, ICBM 개발 등 지켜봐"아주 가까이서 북한의 무기 개발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삶이 이토록 비참한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받은 많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탈북 후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
인도적 지원 물자도 北에선 무기 개발
"무기 개발 시간과 돈만 지원하는 셈"
"정치인으로 올바른 대북정책 확립하고 싶어"
지난달 4·10 총선을 겨냥해 국민의힘 인재로 영입된 박충권(38) 박사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박사는 김정은 국방종합대학을 졸업했다.화학공학을 전공해 북한 대량살상무기연구소에서 1년여간 일하며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접했다.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 중 유일하다. 서울대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마친 뒤 2018년부터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에서 일했다.
박 박사는 24살이던 2009년에 탈북을 감행한다. 21살 그가 대학에서 '학생 간부'를 맡았던 일이 계기가 됐다. "학생들을 통제·개도하는 일을 맡으면서 북한 체제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의 본질을 알게 됐다"고 박 박사는 설명했다.
김정일이 직접 썼다고 하는 논문도 2개나 읽었지만, 오류가 많았다. 졸업할 때쯤엔 체제의 본질을 완전히 깨닫게 됐다. 박 박사는 "북한이라는 사회가 하나의 커다란 감옥이라는 생각이 들자 며칠 동안 잠이 안 왔다. 젊은 혈기에 김정일을 테러해볼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 안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당시 심정을 고백했다.1년 7~8개월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탈북을 준비했다. 2009년 4월 북한이 은하2호 시험발사에 성공한 날이었다. 축제 분위기던 그날, 박 박사는 바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 단둥을 거쳐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남한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남한으로 와서 받은 도움들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마음은 있었다. 박 박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탈북했기 때문에 탈북한 이후에 그래도 이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에 입각한 시스템을 실현하고 올바른 대북정책을 제시해 가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의 무기 개발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박 박사가 본 남북관계는 어떨까. 박 박사는 남한의 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북한에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좋은 물자들이 다 무기 개발 분야와 군에 가는 것들을 봐왔다"며 "일부는 인민들에게 가지만 군에 먼저 갔다가 인민들에게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의 안보 위협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북한의 무기 개발에 시간과 돈을 벌어준다"고 했다.
박 박사는 남한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핵무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정밀한 '심리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 박사는 "도발의 목적은 체제 결속인데,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남한이 문화 콘텐츠 등의 정보 등을 북한에 집어넣는 심리전"이라며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이 아닌 다른 방식의 출구전략을 찾도록 해 정상 국가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