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가전제품 바꿀 돈 없다"…월풀, 가전 수요 둔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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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시장 약세에 가전 제품 수요 감소 우려미국 대표 가전 기업 월풀이 올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 주택시장 약세로 북미 지역에서 가전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적 우려에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가량 하락했다.
분기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4% 하락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풀은 이날 장 마감 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올해 매출이 약 169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인 177억달러를 4.5% 밑돈다. 수익 가이던스도 예상치보다 낮았다.월풀은 소비자들이 전자 제품, 가구, 가전제품 등 고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창출하는 북미 지역에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풀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 짐 피터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기존 주택을 구입한 뒤 가전제품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며 “하지만 기존 주택 판매는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에 큰 변화가 없다면 기존 주택 판매가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발표 이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12.50달러(뉴욕 시간 오후 4시 10분 기준)까지 내려앉았다. 장중 최고가(오전 9시 55분·118.50달러)보다 5%가량 하락했다. 최근 1년간 월풀 주가는 153달러대에서 117달러로 23% 이상 떨어졌다. 미국 S&P500 지수가 같은 기간 22% 이상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블룸버그는 월풀의 실적이 미국 주택 시장의 지속적인 약세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높은 대출 비용으로 인해 주택 판매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것도 월풀에는 위기 요인이다. 짐 피터 CFO는 “소비자들은 (대출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 부닥치면 가격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풀은 올해 4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다. 모터, 펌프, 컴프레서 등 부품의 원자재 가격을 낮추고 일부 감원도 예고했다. 2022년 쓰레기 처리기 제조업체 인싱크이레이터를 인수한 월풀은 지난해 부채를 5억 달러 줄인 데 이어 올해도 5억 달러를 더 줄일 계획이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