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대학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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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총장한국 대학 사회에 세계화의 바람이 분 시기는 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 1996년부터 외국인도 국내에서 대학 및 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교육시장을 개방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위기를 느낀 국내 대학들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주요 대학은 국제대학원을 설립했고, 학생들의 외국어 교육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외국 대학 및 학생과의 교류는 더 활발해졌다.
교육시장 개방의 2차 파고는 2003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함께 찾아왔다. 미국이 교육시장 개방을 요구하자 국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외국 주요 대학의 분교가 세워지면 국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지고, 다수 대학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국 대학의 국내 분교 진출, 원격교육(사이버대학) 시장 개방 등이 이뤄졌다. 우리 대학들은 외국 대학과 공동학위제도를 운영하거나 외국인 교수 채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게 됐다.국내 대학들은 이렇게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화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다수 대학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분교를 설립하는 상황이다. 30여 년 전 국내 고등교육을 개방하라는 다른 나라 요구에 반대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2023년 교육부가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외국인만으로도 학과나 학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 발 빠른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전담 학부를 신설하고 있다.
이제 유학생 유치는 학령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인적 자원 확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우수 유학생 인력을 교육해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성대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대학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 수학 선정대학으로서 많은 유학생이 한국어 교육, 디자인, 뷰티 등 다양한 전공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을 교육하면서 전공 학습지원, 멘토링, 비전 설계, 생활 지원 등 대학 생활 전 주기에 걸쳐 한국 학생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세계 최고 대학들이 무료로 온라인 강의를 개방하는 시대다. 국내 대학들은 글로벌 무한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학업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력하게 하면 우수한 유학생을 지속해서 유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더해 글로벌 우수 인재들이 대한민국에 매력을 느끼면서 정주하게 된다면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에 맞게 세계 고등교육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