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연루설' UNRWA, 특정 난민만 지원하는 유일 유엔기구

이코노미스트 "여러차례 정치적 논란…이스라엘 반발"
"현 가자지구 위기에는 필수적인 단체…장기적 필요성은 불확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일부 직원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 UNRWA는 그간 여러 차례 정치적 논란을 빚어왔으며 이는 이 기구의 특수성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UNRWA가 논란으로 어려움에 빠진 첫 사례가 아니다.

2017년에는 UNRWA 산하 한 학교의 교장이 하마스 정치국원으로 선출된 직후 해고됐다. 이스라엘은 UNRWA의 학교 교과서가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조장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다만 미국 국무부가 201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UNRWA 학교 교과서의 3%에서만 '반이스라엘적 편견'이 발견됐다.

UNRWA는 또 과거 산하 학교에서 하마스의 무기가 발견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는 UNRWA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자금 지원을 중단했지만, 이후 2021년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원을 재개했다.

UNRWA는 1948년 5월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 선포로 촉발된 1차 중동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7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설립 이후 첫 4년간은 같은 전쟁으로 발생한 유대인 피란민들도 지원했다. UNRWA를 둘러싼 논란의 일부는 이 기구의 난민 규정과 무관하지 않다.

1951년 체결된 유엔 난민협약은 실제로 "무력충돌과 박해를 피해 달아난"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UNRWA는 '1946년 6월 1일∼1948년 5월 15일 팔레스타인을 주거지로 삼다가 1948년 전쟁으로 집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은 사람'과 그의 후손들을 모두 난민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UNRWA는 특정 지역의 특정 그룹 난민만을 지원하는 유일한 유엔 기구가 됐다.

또한 이 기구의 지원 대상자는 이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뿐만 아니라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 인접국에 있는 후손 난민 등 약 590만명으로 불어났다.

그 결과 UNRWA의 입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이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UNRWA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UNRWA가 팔레스타인을 떠나 현재 인접국에 사는 후손들도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규정, 언젠가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팔레스타인 귀환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은 UNRWA가 이들의 난민 지위를 불필요하게 영속화하고 이들이 지금 사는 다른 중동 국가에 통합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UNRWA가 한편으로 수백만 명, 특히 이번 전쟁 기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UNRWA는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물자 공급의 근간을 이룬다.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지원물자는 어느 나라에서 왔든 UNRWA의 트럭과 창고, 일꾼을 통해 분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UNRWA가 붕괴할 경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훨씬 더 악화하고 장기적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UNRWA는 또 가자지구의 주요한 일자리 창출 주체이기도 하다.

1만3천여명에 이르는 이 기구 직원의 대다수는 현지 주민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자지구에 그렇게 장기간 깊숙이 뿌리 내려온 UNRWA의 일부 구성원이 하마스와 연계가 있는 것은 거의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해도 UNRWA가 충분히 중립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단체인지는 의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UNRWA는 아마도 가자지구의 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 기구가 가자지구의 장기적 미래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야 하는지는 훨씬 덜 명확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한편 20개 인도주의 단체들은 각국이 UNRWA에 대한 기부금 지원을 보류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지원 재개를 촉구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등 단체들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우리 시대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 중 하나에서 살아남도록 돕는 UNRWA와 그 파트너들의 핵심 업무에 대한 지지를 재차 확인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은 자금 지원 보류 조치를 철회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UNRWA 등의 임무를 옹호하며 가자지구 등 이 지역에서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민간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UNRWA 직원의 하마스 공격 연루설에 대한 조사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6일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과정에서 UNRWA 직원 1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한 정보를 이스라엘로부터 받아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과 유럽 각국 등 주요 국가들이 UNRWA에 대한 기부금 지원을 보류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