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전국은행 전환' 길 열렸다…당국 "기존 인가 변경으로 가능"

금융위,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인가방식과 절차 확정

31년 만의 새 시중은행 탄생 초읽기
사명 변경·기존 임직원 징계 등 현안 주목
대구 칠성동의 DGB대구은행 제2본점. 한경DB
정부가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이 전국 단위로 영업하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기존 인가를 변경하는 절차로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런 해석 등을 근거로 대구은행이 31년 만에 새로 출범하는 시중은행이 될 지 주목된다.


시중은행 전환 요건 갖춘 대구은행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1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인가방식 및 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행 은행법령 체계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식·절차 등을 명확히 하는 규정이다. 현행 은행법상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금융위의 은행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각 종류별로 인가 요건이나 영업 구역, 방식은 차이가 있다. 예컨대 자본금은 시중은행이 1000억원 이상, 지방은행은 2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또 비금융유력자(이른바 산업자본)의 주식보유 한도는 시중은행이 4% 이하, 지방은행은 15% 이하다.

그런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이제까지 은행 종류를 전환한 사례도 없었다. 유력한 시중은행 전환 후보로 꼽히는 DGB대구은행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본금 7006억원이며, DGB금융지주가 지분을 100% 소유하는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8.78%), OK저축은행(8%) 등이다.

금융위는 형식적으로 '기존 인가내용의 변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대비되는 방식은 '신규 인가'다. 금융위는 신규 인가의 경우 기존 지방은행 인가에 대한 별도의 폐업인가가 필요할 수 있고, 지방은행의 각종 법률관계가 승계되는지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인가보다는 기존 인가의 변경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결론낸 것이다. 은행업 인가에서 통상 진행하는 예비인가를 인가 변경에도 거칠 것인지는 신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지방은행이 바로 본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예비인가를 생략하되, 예비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생략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는 인가내용의 변경이라 해도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은 '중요사항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신규인가에 준하여 법령상 모든 세부요건을 심사할 계획이다. 대주주와 임원, 사업계획의 타당성,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등이 주요 요건들이다. 세부심사요건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절차인 외부평가위원회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생략하지 않고 모두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DGB은행' 될까


앞서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한다고 지난해 7월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승인을 신청하면서 '대구'라는 지명을 계속 쓸 것인지가 관심사다. 전국에서 영업하는 은행의 이름으로 적당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신규인가에 준해 심사하는 세부요건 중 '사업계획의 타당성'에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명을 바꿀 수도 있지만 법인명은 브랜드명을 DGB은행이라고 쓸 수도 있다"며 "신청자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은행, IBK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상황에 따라 쓰는 것을 참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하면서 사명 변경 등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31일 오전 대구 중구 대구은행 중구청 지점에서 열린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촉진 행사' 현장. 뉴스1
또다른 변수는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한 불법 계좌 개설 사고에 대한 제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3명이 1600여개의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 추진 발표 이후 진전이 없었던 배경 중 하나다. 금융위는 먼저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 자체가 아니라 대주주를 심사하는 사안이라는 부분을 명확히 했다.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한 문제는 제재 확정 전이라도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사고라면 은행법상 인가요건 중 대주주 결격 사유나 은행업감독규정상 인가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위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의 제재가 예상되는 경우, 인가 신청 서류에 대상임원에 대한 조치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해 그 적정성을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사고 발생 은행에 대해서는 심사과정에서 세부심사요건 중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통상적인 신규인가와 달리 이미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 중인 점 등을 감안해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통상적인 기간인 2∼3년보다 심사 기간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금융위는 향후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인가내용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이런 인가방식 및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추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전환 방식·절차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해 왔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조달금리를 낮추는 등 영업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대구은행은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지역 중심으로 거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