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2번 언급한 이재명…"무너지는 대한민국 세울 마지막 기회"

이재명 대표 신년 기자간담회 개최

"민생경제·남북관계·저출생·민주주의 '4대 위기'"
인구 위기 대안으론 '기본 시리즈' 보편복지 꺼내
노무현·김대중 어록 통해 민주당 정체성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4월 총선은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민생경제, 남북관계, 인구(저출생), 민주주의 등 '4대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 비판에 나섰다.

'윤석열 정권' 12번 언급…"4대 위기로 대한민국 무너져"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윤석열 정권을 12번 언급하며 정부에 날 선 비판을 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2024년 오늘 겹겹의 위기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윤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대표는 첫 번째 위기로 민생경제를 꼽았다. 이 대표는 "윤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지금까지 초부자 감세를 추진했다"면서 "성장은커녕 막대한 세수 결손을 초래하고, 서민지원 예산 삭감, 연구개발(R&D) 예산 대규모 삭감 등을 불러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PF 문제, 폭발 직전에 이른 금융위험도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위기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 상황이 '한국전쟁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진단의 체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취임 시 밝힌 '담대한 구상'은 국민의 머리 위에 놓인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에 하나 북풍 사건 총풍사건처럼 정략적 이익을 위해 국민생명을 담보로 전쟁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희망이 사라지고 무한경쟁만 남은 정글 사회에서 출생에 따른 부담이 오롯이 개인에게 지워져 부모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사회에서 아이 가질 생각을 쉽게 하겠나"라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 등을 두고 "민주주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정권의 권력남용으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언론자유와 시민참여 등 사회를 지탱하던 기본 시스템이 무너졌다"며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편 가르기와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으로 사회를 양극단으로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사회' 다시 꺼내든 이재명…민주당 정통성 강조도

이 대표는 4대 위기에 대한 대안으론 △기후위기 대처와 인공지능(AI) 투자 △남북핫라인 복원 △출생기본소득 △범국민 저출산 대화기구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4월 총선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며 "살림의 정치로 국민의 힘을 모아 국가 위기를 극복하자"고 전했다.

우선 저출생 위기 대안으로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기본사회' 시리즈 정책을 다시 꺼내 들며 보편 복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부모의 재산과 소득이 출생아의 것은 아니다. 부모에 따라 지원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하여 ‘분할목돈지원 방식’을 포함하는 '출생기본소득'을 제안한다"고 했다. 대학등록금 포함한 교육비 일체에 대해 과하다 싶은 정도의 보편지원책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대북 정책을 두고선 '남북핫라인 복원'을 꺼냈다. 이 대표는 "윤 정부는 전쟁 방지, 평화의 핫라인부터 즉각 복원하라"며 "핫라인은 적대국 간에도 심지어 전쟁 중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그러면서 "동북아 교류 협력 확대와 한반도 주변의 평화 구축은 물론 경제 성장의 주요 발판 중 하나였던 북방외교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재생에너지와 AI 투자 확대, 스타트업 업계 보호막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 코리아, 재생에너지 코리아로 변해야 한다"며 "첨단 미래산업과 기초과학에 집중 투자해 AI 혁신산업 중심의 선도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려운 업황에 처한 스타트업 업계를 두고선 '튼튼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연설 마지막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인 '깨어있는 시민'과 '행동'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 정통성을 강조했다. 당의 단일대오를 맞추고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으로 더 단단하고 더 크게 성장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도,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요구해야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