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월 구인 건수 늘었지만…이직률 떨어지며 노동시장 경직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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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노동시장이 소폭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 건수는 전월보다 증가했지만 1년 전에 비해 이직률이 줄어들었다.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이날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통해 작년 12월 구인 건수가 903만건으로 전월 대비 10만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880만건)를 웃도는 수치다.구인 건수가 한 달 새 소폭 늘긴 했지만, 미국의 구인 건수는 2022년 3월 1천200만명을 정점으로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내왔다. 구인 건수의 감소세 지속은 미국 노동시장 수요 측면의 강세가 약화한 것을 드러낸다.

퇴사율도 감소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퇴사율은 2.2%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2023년 1년간 퇴사 건수는 전년 대비 610만건(12%) 감소한 4436만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최소치를 찍었다. 2021년 퇴사 건수는 4768만건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5059만건으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1년 전과 180도 상황이 달라졌다. 2022년에는 '자발적 퇴사' 열풍이 불어닥칠 정도로 구인난이 심화했다. 실직자 1명당 구인 건수는 2건에 육박했다. 노동자가 고용주보다 우위인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규모 감원 사태가 연달아 나타나며 고용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지난달 구인 건수가 증가한 것도 실제 노동 현장과 괴리된 수치란 지적이 나온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렛 라이언은 WSJ에 "겉으로 보면 미국 노동시장은 견고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몇 업종만 구인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일자리가 증가한 분야는 레저 및 접객업, 공공기관, 의료 등 단 세 곳뿐이다"라고 진단했다.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구인 건수 중 신입 근로자를 고용하는 비율은 3.6%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들이 경기 흐름을 보고 인력 계획을 결정하기 위해 신입 채용을 축소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고용시장이 경직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 시장에서 고용주의 입김이 세지면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한다는 설명이다. 라이언 이코노미스트는 "이직률이 줄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임금을 올려야 할 동기가 줄어들게 된다"며 "미 중앙은행(Fed) 입장에선 반길 일이지만, 노동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