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사우디 대사, 반사우디 칼럼 쓴 나브라틸로바 등에 반박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의 사우디아라비아 개최를 반대한 '테니스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크리스 에버트(이상 미국)의 의견에 반박했다.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3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를 향해 "우리 문화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진 고정관념과 서구 중심적인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나란히 18번씩 우승한 '테니스 전설'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는 지난주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에 WTA 투어 시즌 최종전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실었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인권 문제가 있고, 성소수자를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다"며 "특히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문제점이 장기간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어온 나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곳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여성 스포츠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중대한 후퇴를 의미한다"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5년 내에는 바뀌기를 바라고, 그런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는 그 나라에서 대회 개최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리마 대사는 이에 대해 "이들은 자신들이 영감을 줬던 바로 그 여성들에게 등을 돌렸고, 이는 실망스러움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스포츠는 능력, 헌신, 노력을 바탕으로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가 어떤 편견이나 주장을 강화하려는 무기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테니스의 성장을 도우려는 사회에 불이익을 주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마 대사는 또 "아직 해결할 부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최근 여성의 사회적인 참여 등의 진전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며 "우리나라가 여성에게 완벽한 곳은 아니지만, 여성에게 완벽한 곳은 사실상 없는 만큼 여성에 관한 발전적인 토론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사상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주미대사가 된 리마 대사는 202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도 선출됐다.

아버지 반다르 빈 술탄이 2005년까지 주미대사를 지내 '부녀 주미 대사'가 됐고, 할아버지 술탄 빈 압둘라지즈는 압둘라지즈 초대 국왕의 12번째 아들인 왕가 출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