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연구원장, 이재명 대선 불법 지원…감사원 "해임하라"

텔레그램서 국방공약 개발 도와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KIDA 원장으로 재직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활동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KIDA의 주무 부서인 국방부에 김 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31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21년 3월부터 ‘북한산등산모임’이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등에 가입해 이 후보의 국방분야 정책공약 개발 활동을 지원했다. 세종연구소 부소장인 A씨로부터 선거 활동 지원을 위한 부탁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이후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대선캠프에서 국방정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감사원 조사에서 A씨는 “북한산등산모임 대화방은 원래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후보의 선거캠프 같은 성격으로 발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같은 김 원장의 활동에 대해 감사원은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줬고, 관련 의혹 기사가 보도되는 등 국방정책 연구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공직선거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김 원장이 KIDA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후반기 직원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와 같은 부서 근무 및 연구과제 수행 이력이 있는 B씨를 면접 전형 위원으로 선정한 것이다. 감사원은 “(김 원장이) 채용 과정에서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전형위원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뒤 2021년 2월 KIDA 원장으로 취임했다. 감사원은 김 원장과 함께 이 후보의 선거공약 개발에 참여한 KIDA 전 부위원장, 전 센터장 등 3명에 대해서도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또 면접 전형위원으로서 채용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KIDA 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B씨에 대해서도 징계처분을 요구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주의 조치를 촉구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