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못맞춘 지원센터…중대재해 확대시행에 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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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정부 대처 도마에지난 30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사진).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모든 기업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29일부터 가동한 전국 30곳의 산업안전대진단 상담·지원센터 중 한 곳이다.
"컨설팅 좀" 요청에 "도움 못줘요"
전문가 "현장 여력 없어 유예해야"
그러나 방문해 보니 센터를 안내하는 유인물도, 별도 상담 공간도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냐’고 묻자 한 직원이 고용부 보도자료에 첨부됐던 A4용지 한 장짜리 안내문을 건넸다. 이 직원은 “전담 인력이 따로 없어 센터에 와도 도움을 받을 순 없다”며 “안내문에 적힌 대로 온라인 진단을 하고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 시행조차 모르는 기업이 많을 것 같은데 공문 등을 통한 안내는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 “순차적으로 대상 기업에 안내할 것”이라고 답했다.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이후 고용부가 중소기업 83만7000곳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대진단에 나서는 등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준비 상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발표를 믿고 컨설팅을 받기 위해 상담·지원센터를 방문한 기업인들은 헛걸음을 하고 있다.
대상 기업에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 12명 규모의 화학플랜트업체 케이엠제이를 운영하는 고석근 대표는 “뉴스에서 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정부로부터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이후 고용부 업무가 폭증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확대 시행돼 중소 영세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산업안전감독관 출신인 한 노무사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고용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현장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이슬기/곽용희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