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vs 쿠팡이츠' 배달팁 놓고 맞붙었다…업주 확보 경쟁

쿠팡이츠 할인 혜택 두고…배민과 갈등 격화
사진=뉴스1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주도권 다툼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자사 앱에서 배민보다 비싸게 배달비를 책정한 외식업주들에게 배달비 할인(와우할인)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배민은 “와우할인 혜택에서 배제된 점주들에게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할인쿠폰을 주고 광고비를 지원하겠다”고 맞섰다. 업계에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음식배달 시장이 쪼그라들자 축소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데 따른 주도권 쟁탈전으로 풀이했다.

쿠팡이츠 "배민보다 배달팁 비싸면 안돼"

쿠팡이츠는 일부 외식점주들에게 연락을 돌려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을 배민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기존에 제공하던 와우할인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개별 공지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와우할인을 빼앗겼다”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업주는 “배민과 쿠팡이츠에 입점해 고객 부담 배달팁을 3500원으로 설정해 가게를 운영하다가 배민1플러스 가입 전환으로 배민 배달팁이 3200원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쿠팡이츠로부터 배달팁을 내리지 않으면 할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배민1 배달팁이 쿠팡이츠보다 300원 싸다고 할인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쿠팡 와우할인 적용 식당에서 주문하면 메뉴마다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의 월 4990원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 가입자가 대상이다. 2만원짜리 치킨이라면 2000원 할인돼 1만8000원이 되는 식이다. 할인분은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한다. 배달비는 그대로지만 전체 결제 금액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고객 유치에 필수적이라는 게 업주들 설명이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배달의민족의 '배민라이더스' 오토바이들이 주차돼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외식업광장 웹사이트에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며 쿠팡이츠의 배달팁 동일 또는 인하 조건으로 쿠팡이츠 와우할인 대상에서 비자발적으로 제외되신 사장님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구체적으로 배민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가게 첫 주문 15% 바로사용쿠폰 3개월간 무제한 지원 △배민 앱 대상 가게 방문 고객이 다운로드해 사용 가능한 10% 더하기 쿠폰 제공(8주간 매주 금요일, 고객 다운로드 기준 200장 지급) △가게 노출 강화를 위한 우리가게클릭 광고비 3개월간 지원(월 최대 20만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배민 "가입자 빼가지 마"

쿠팡이츠는 외식점주 지원 차원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일부 점주가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인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선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점주들이 와우할인 이후 배달팁이나 메뉴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고선 소비자들에겐 마치 할인을 해 기존보다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를 부리면 피해는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쿠팡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비용 전부를 부담하면서 값을 깎아주는 것인데, 외식점주들이 다른 앱보다 배달비를 비싸게 책정하면서 할인 금액만큼 매출을 가져가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 정작 고객은 할인 혜택을 보지도 못하는 셈이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를 도입하면서 점주와 라이더의 배달비 부담을 키워놓고 쿠팡이츠를 걸고 넘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박인 셈. 배민 앱을 이용하는 점주들은 기존엔 음식 가격에 따라 배달비 부담률을 직접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민1플러스 이후 배민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야 해 간혹 가게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있어 점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쿠팡이츠 사무실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반면 배민 측은 쿠팡이츠가 사실상 외식 사업주에게 할인 혜택을 미끼로 경쟁사인 배민 서비스를 탈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으로 수수료가 배민보다 높게 책정돼 점주 확보에 불리하니 이 같은 행위로 가입자를 빼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주문 한 건당 6.8%(배민1 기본형 기준)를 중개 수수료로 받는 반면 쿠팡이츠의 수수료는 9.8%다.이러한 배달 앱들의 마케팅 과열은 배달음식 수요가 줄면서 각 업체들의 수익성이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체간 신경전이 여느 때보다 날카로워진 이유다. 실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민·요기요·쿠팡이츠)의 지난해 1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928만66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다. 배달 앱들은 지난해부터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외출이 늘고 배달비가 오르면서 이용자 수가 줄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