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신세 한국미술…세계미술 중심에 선다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참여 韓 작가 4명 누구인가

서양화 받아들인 근대 조선인
故이쾌대와 장우성 등과 함께
남미에서 활동했던 김윤신과
소수자 주목한 이강승도 참가

한국관에서는 구정아 개인전
개막일 '한국미술의 밤' 열어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2년마다 열리는 베네치아비엔날레의 본전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 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수많은 작가 중 이 전시에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작가는 수백 명(팀)뿐. 작품의 완성도와 독창성은 물론 예술감독이 생각하는 ‘시대 정신’을 담고 있어야 본전시 작가로 뽑힐 수 있다.

올해 발표된 명단에 오른 작가는 332명(팀). 이 중 한국 작가는 4명이다. 최근 세계 미술계의 중심에 들어선 김윤신(89)과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강승(46·사진) 외에도 작고 작가인 이쾌대(1913~1965)와 월전 장우성(1912~2005)이 선정됐다.

근대 거장들 ‘이방인’의 면모 주목

장우성의 '화실'.
올해 60회를 맞는 베네치아비엔날레는 매번 다른 주제로 본전시를 연다. 예술감독을 맡은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르노사는 올해 주제를 ‘포리너스 에브리웨어(Foreigners Everywhere,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로 정했다. 인종과 국적, 성별과 성 정체성 등으로 주류의 차별을 받으면서도 현실과 싸우고 적응해 나가는 ‘소수자’를 다룬 작품이 많이 나왔다.

본전시에 나가는 작품은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장우성의 ‘화실’이다. 페르노사는 이 작품들에 녹아 있는 ‘서양화(畵)를 받아들이는 근대기 조선인’이라는 요소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이쾌대의 자화상에는 두루마기와 붓, 중절모와 팔레트 등 동서양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자화상 뒤에 인물과 관련된 땅을 그려 넣는 것은 서양 르네상스 초상화의 전통이지만 한편으로 그 풍경은 동양적이기도 하다.미술계 관계자는 “올해 전시 주제는 ‘누구나 이방인(소수자)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태어난 고향에 살면서도 나라를 잃고 일본에 의해 ‘2등 국민’으로 전락한 조선인의 상황이 이와 딱 맞아떨어진다”며 “예술감독이 ‘이쾌대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장우성의 그림도 마찬가지로 기반은 한국화지만 이젤을 비롯한 서양화의 요소들이 녹아 있다.
김윤신.
생존 작가 두 사람도 비슷한 맥락에서 본전시의 주목을 받았다.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여 년간 남미에서 활동하며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세계를 이룩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강승은 소수자를 주제로 한 작품들로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은 작가다. 소위 ‘주류’라 불리는 백인·남성·이성애자가 아닌, 역사에서 잊힌 존재를 조명하고 있다.

한국 미술 전시 풍성

한국관 30주년 기념전이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몰타수도원 회랑 전경.
국가별로 경쟁해 ‘미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국가관 전시에서 한국은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인다. ‘한국 향기 여행’이 콘셉트다.

도시 곳곳에 있는 유적과 고택에서 열리는 한국 작가들의 전시도 주목할 만하다. 문화예술위원회는 4월 18일부터 9월 8일까지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베네치아의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연다. 1995년 첫 한국관 전시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8명의 당시 전시작과 전시작을 다시 제작한 작품, 전시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 등을 선보인다. 개막일인 4월 18일에는 한국관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한국미술의 밤’ 행사를 열고 백남준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를 한다.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시로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네 건도 비엔날레 본전시 기간과 맞춰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을 통해 백남준의 작품과 5·18 관련 자료를,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유영국의 1960~1970년대 작품 전시를,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이성자의 개인전을, 한솔문화재단은 이배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행사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