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요법이 왜 이렇게 많을까? 혹시 돈벌이가 되기 때문은 아닐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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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먹는 사람들‘건강에 좋다’는 식이요법이 많다. ‘저탄고지’로 불리는 앳킨스 식단, 글루텐 프리 식단, 간헐적 단식, 구석기인처럼 먹는 팔레오 식단 등이 대표적이다.
재닛 츠르잔·키마 카길 지음
강경이 옮김/루아크
560쪽|2만9000원
왜 우리는 이런 식이요법에 빠져드는 것일까. 효과는 있는 것일까. <불안을 먹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다룬다. 책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유행하는 식이요법에 대해 비판적이다. 접근 방식이 독특하다. 영양학이나 의학,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심리학과 인류학을 동원해 분석한다. 이는 두 명의 저자가 각각 영양 인류학자와 음식 심리학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식이요법을 찾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다. 식이요법은 저마다 방법이 다르지만 내거는 약속은 비슷하다. 체중 감량, 건강 증진, 피부 개선, 수면의 질 개선, 인지 능력 강화 등이다. 어딘가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자기계발서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간절히 원하거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삶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많은 식이요법은 건강에 좋지 않은 특정 음식이나 성분을 피하면 다양한 면에서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우리를 설득한다. 게다가 상당히 간단해 보인다. … 이들 식이요법은 ‘간단한’ 규칙만 따르면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우리에게 약속한다.” 저자들은 “유행 식이요법은 일련의 걱정이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들”이라고도 지적한다. 질병, 노화, 죽음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식이요법은 마치 ‘부적’처럼 이런 불안을 달래는 손쉬운 도구로 작용한다.
자기계발서를 쓰고 강연하는 게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작자가 몰려든 것처럼, 식이요법 분야에도 돈을 노린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기적 같은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며 책, 컨설팅, 유료 강연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어중이떠중이뿐 아니라 의사, 연예인 등도 마찬가지다. 책은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를 예로 든다.
저자들은 여러 식이요법을 살펴보는데 대체로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음식 배제 식이요법은 체중을 빠르게 줄이지만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는 게 힘들고,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다. 왜 우리가 이런저런 식이요법에 빠져드는지 심리학적, 인류학적 고찰이 재미있지만 장황한 말의 향연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