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업무보고 파격 변신…MZ 공무원 반짝 의견 속출

빗물 유수지 테니스코트 활용·종합운동장 영화 상영 등
"시장님은 MBTI 성격 유형 상 F세요, T세요?"
경기 고양시에서 최근 열린 신년 업무보고에서 젊은 공무원이 이동환 시장에게 꺼낸 질문이었다. 1일 시에 따르면 통상 수백 쪽 분량의 보고서를 읽고 시장 훈시로 종료되던 업무 보고가 시장과 실무자간 토론 방식으로 바뀌자 다소 파격적인 질문과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이 시장은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관행에서 벗어나 시민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고자 지난달 15~31일 이러한 방식으로 부서·산하기관 업무보고를 26차례 받았다.

그 결과 과거 같으면 침묵하거나 질문에만 간단히 답했던 1980년대 이후 태생(MZ세대) 공직자들이 현안이나 개인 고민거리 등을 놓고 본인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20대 초반 직원은 "스무 살에 공무원을 시작했다.

선배들이 '그 나이면 뭐든 하겠다'면서 정작 뭘 해야 할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시장님께서 조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유휴 공간을 활용한 스포츠·문화 시설 조성이나 환경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이들은 빗물을 임시 저장하는 유수지에 테니스코트를 조성하고 고양종합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를 상영하자고 제언했다.

커피 소비량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커피 찌꺼기를 축산농가의 악취 제거에 재활용하거나 커피 유통센터를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수돗물을 외지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를 하천 상류에 확보하자는 제안도 이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 시장은 "법을 핑계 삼아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공직사회의 그릇된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업무 보고 방식을 바꿨다"면서 "우리가 먼저 걸어가면 표준이 될 것으로 믿고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