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꼬리와 같은 위험 청산"…中, 지역은행 수백개 통폐합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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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총자산 8900조 2100개 지역은행 대상"중국 정부가 지역은행 수백 개를 통합해 대형 은행을 출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9000조원에 가까운 부실 대출 위험을 한꺼번에 청산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 조치가 6조7000억달러(약 8928조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2100개 지역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금융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폐합이 될 거란 설명이다.중국의 지역은행 구조조정 작업은 2년 전부터 시행돼 왔다. 2000년대 초 세워진 25개 농촌 협동조합을 현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중국 정부는 2022년 이후 7개 성(省)에 분포된 500개가 넘는 지역은행들의 합병을 승인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에 설립된 랴오센은행이다.
협동조합은 오랜 기간 중국 금융업계의 건전성을 낮춰 온 요인으로 지적됐다. 1950년대 초 농부들이 상호 출자해 공동 소유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상업은행의 형태로 변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세워진 랴오센은행이다.지역은행들은 개발이 더뎌 대출이 까다로운 지역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지만, 체계적이지 않은 지배구조와 수익성 악화, 이에 따른 자산 부실화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2019년부터는 대형 은행과의 가격 전쟁도 심화했다.실제 랴오센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4.67%로, 시중 은행(1.85%)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중국 중앙은행이 집계한 고위험 대출기관 337개(작년 6월 기준) 중 96%가 협동조합과 소규모 지역은행이었다. 농촌 협동조합 시스템에 등록된 2100개 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은 2022년 말 기준 3.48%로, 전체 은행의 두 배 수준이었다.
농촌 협동조합은 고질적인 거버넌스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건전한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농촌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액의 대출을 내주는 등 본연의 정책적 역할에서 벗어난 사례가 많았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펴낸 ‘금융안정성보고서’에서 일부 농촌 협동조합이 “대주주를 위한 ‘현금 인출기’로 남용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싱크탱크 상하이금융연구소의 류샤오춘 부소장은 “중소 은행 중에서도 리스크가 가장 집중돼 있는 곳이 농촌 협동조합”이라며 “중국은 빠른 속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요 해결 방안 중 하나가 합병과 조직 개편”이라고 짚었다. 중국 지역은행 위기를 미리 예측했던 제이슨 베드포드 전 UBS 애널리스트 역시 “농촌 협동조합은 중국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불투명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통폐합이 최선의 방안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베드포드 전 애널리스트는 “소규모 은행들의 부실 위험이 독성이 강한 꼬리와도 같이 남아 있다”며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혹시라도 폭발할 경우 해당 지역 내에선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은행 찬슨앤코의 션 멍 디렉터는 “소형 보트 열 척을 묶는다 해서 큰 배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강자든 약자든 하나의 케이크를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에선 내부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