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있을 수도…" 순직 소방관들, 이 말에 불길 뛰어들었다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대형 화재
화마 뛰어든 소방관 2명 결국 순직
27세 김수광 소방교·35세 박수훈 소방사
1일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대원 2명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문경시 산양면 문경장례식장에 소방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말에 주저없이 화마에 뛰어든 젊은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순직한 대원들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 박수훈(35) 소방사다.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불이 났다. 공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연면적 4319㎡, 4층 높이 건물이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8분 만에 도착해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 등 "구조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있는 지상 4층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고립돼 동료 대원들이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초 발화점으로 추정되고 있는 건물 3층에서 인명 검색을 하던 두 대원은 화재 발생 약 37분 만인 공장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 탈출 직전 급격히 연소가 확대하면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계단실 주변 바닥층이 무너진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두 대원의 시신은 오전 1시 1분, 4시 14분께 각각 수습됐다. 당국에 따르면 두 구조대원은 발견 당시 서로 5~7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맨눈으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 DNA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잿더미로 변한 공장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고립됐던 구조대원들이 똑같은 복장을 하고 투입돼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분명한 건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화재를 진압했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모범이 되고 시범도 잘 보이는 훌륭한 이들이었다"고 했다.

김 소방교는 2019년 7월,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임용됐다. 각각 27살,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됐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세상 가장 어두운 곳 가장 위험한 곳에서 그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나던 열정, 뜨거운 사명감으로 국민을 지키던 그대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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