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과 판박이…부산상의, 회장직 놓고 분열 조짐

현장에서

민건태 사회부 부산주재 기자
“단합이냐, 경쟁이냐.”

130년 전통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출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상의 회장단이 원로 경제인의 총의를 모아 차기 회장을 추대하던 방식 대신 투표에 의한 선거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021년 첫 선거가 치러진 데 이어 올해도 표 대결이 확정됐다.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원로 경제인을 주축으로 강력하게 응집된 결속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3년(회장 임기)마다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역인 장인화 부산상의회장은 도전자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과 오는 3월 결전을 벌일 예정이다.

단합을 강조하는 ‘추대’냐, 경쟁적인 ‘선거’냐를 두고 지역 내 의견이 분분하다. 현역 부산상의 초선의원 30명은 양 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내고 추대에 의한 현역 회장 연임을 지지하고 나섰다. 장 회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단합’에 한목소리를 냈다. 선거에 따른 경제인 간 분열을 경계한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2021년 24대 회장 선거의 후폭풍이 상당했다”며 “반대파 의원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바람과 달리 이번에도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양 회장은 지난달 23일 “중도 낙마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장 회장을 상대로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는 “현역 회장은 상당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분”이라며 “토론으로 의견을 교환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회장이 내세운 공약은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엑스포와 같은 대형 행사나 대기업 유치 등 으레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허술한 공약은 상의 의원이 회장을 뽑는 간접 선거 방식과 맞물려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상의 의원 입성을 바라는 기업인이 의원으로 뽑히기 위해 다른 기업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쏟고, 이 과정에서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명분은 뒷전으로 밀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역 소멸, 내수시장 위축 등 부산의 모든 기업인이 공통으로 걱정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역 문제를 놓고 고심해온 한 기업인은 “상공계가 교육계와 손을 맞잡아야 지역 소멸과 내수 위축 상황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며 “그동안 행정적으로 가로막혔던 사안을 뚫어줄 진정한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바랐다.

2021년 상의 선거를 통해 ‘경쟁은 곧 분열’이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다. 분열을 막고 선출을 위한 대의명분을 찾아야 한다. 토론회가 첫 출발일 수 있다. 5성급 호텔에 선거 캠프를 차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