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마다 720원 내라" 애플 정책에…기업들 '아우성'

유럽 디지털시장법(DMA) 대응하는 애플
앱스토어 정책 변경

3월부터 외부 결제도 가능
앱 다운로드 건당 0.5유로 추가 수수료
개발사들 "차라리 기존 정책이 낫다"
사진=AP
애플이 15년동안 고수하던 폐쇄적 앱스토어 정책을 개방적으로 바꾸기로 했지만, 앱 개발사들에선 ‘보여주기식 변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공식 앱스토어를 경유하지 않는 외부 결제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앱 개발사들이 지적하던 폐쇄적 운영에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개발사들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애플이 대안으로 제시한 외부 결제 시스템을 채택하려면, 애플의 울타리 안에 머물 때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애플에 지불해야 한다는 이유다.


유럽서 외부 결제 허용…폐쇄적 '애플 왕국' 문 여나


최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 규제에 대응하고자 애플이 내놓은 변경 사항에 많은 기업이 반발 중이라고 전했다.애플은 그동안 폐쇄적인 ‘애플 왕국’을 고집했다. 앱을 다운받으려면 애플의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었고, 앱 결제도 애플의 앱스토어를 경유해야만 가능했다. 이때 결제에는 15~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게임 ‘포트나이트’ 운영사인 에픽게임즈는 앞서 2020년 애플의 앱스토어를 우회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가 포트나이트 앱이 앱스토어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 사태를 시작으로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에픽게임즈 제공
결국 애플은 앱스토어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미국 대법원에서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라”는 판결이 나온데다 오는 3월부터 유럽연합(EU)은 빅테크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 없게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제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공식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은 외부 결제도 허용된다.


"무료 앱도 다운로드마다 720원 수수료 내라"

하지만 실제 앱 개발사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핵심 기술 수수료(Core Technology Fee)’다. 애플의 앱스토어 내부 결제를 벗어나 외부 결제를 채택하려면 추가로 내야하는 수수료다. 1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된 앱에 한해 앱이 다운로드될 때마다 개발사는 애플에 0.5유로(725원)를 내야 한다. 결제액에 따라서 수수료가 부과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이용자가 결제 없이 앱을 다운로드하기만 해도 개발사가 애플에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무료 앱 개발사들은 특히 크게 반발 중이다. 대다수 유저는 무료로 앱을 사용하고, 소수가 앱 내에서 결제하는 구조의 앱은 손해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앱 시장 조사회사 데이터AI에 따르면, 26만개 이상의 앱이 다운로드는 무료로 제공하되 프리미엄 기능을 구매할 수 있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암호화된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톤’의 CEO 앤디 옌은 뉴욕타임스 통해 “0.5유로의 수수료는 너무 비싸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수용할 수 없다”며 “외부 결제 방법을 선택하고 싶더라도, 애플의 기존 결제 조건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회사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고 “핵심 기술 수수료는 그저 갈취”라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마크 저커버그 "어떤 개발사도 새 정책 선택 안 할 것"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연합뉴스
‘벼락 인기’를 얻게 된다면 개발사 입장은 더 곤란해진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클럽하우스’ 사례처럼 소규모 개발사의 앱이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 개발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겉으로는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애플의 기존 시스템 안에 앱들을 묶어놓는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 발표 질의응답에서 “애플의 새로운 수수료 정책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어떤 개발사도 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