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縣崖撒手 (현애살수)

▶한자풀이
縣: 매달릴 현
崖: 벼랑 애
撒: 놓을 살
手: 손 수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다는 뜻으로
막다른 골목에서 용맹심을 떨침
- 송나라 야부도천의 선시(禪詩)현애살수(縣崖撒手)는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다’는 뜻으로, 막다른 골목에서 용맹심(勇猛心)을 떨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회자된 이 말은 버티지 말고 포기하라는 의미보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존의 것에 연연하지 말고 더 큰 용기로 새롭게 나아가란 뜻이 강하다. 즉 손을 놓으면 떨어져 모든 것을 잃고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는 송나라 선사 야부도천(冶夫道川)의 선시(禪詩)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뭇가지 잡음은 기이한 일이기에 부족하다(得樹攀枝未足奇)
벼랑 아래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縣崖撒手丈夫兒)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水寒夜冷魚難覓)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留得空船載月歸)

달빛만 실은 빈 배에서 고요와 평온이 느껴진다. 배는 비었지만 마음은 풍성한 묘한 대비도 그려진다.

현애살수는 김구 선생이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한 말로도 유명하다. 자기를 버려 나라를 구하려는 구국충심을 높이 평가하고 그 마음을 깊이 위로한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則生)과도 뜻이 닿는다.

야부도천은 “대나무 그림자 뜰을 빗질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물밑을 뚫고 들어가도 물 위엔 흔적 하나 남지 않네”라는 게송(揭訟, 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으로도 유명하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나를 부여잡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놓아야 발을 앞으로 내디딜 수 있다. 내가 부여잡고 있는 작은 것들을 놓아야 더 큰 것들을 손에 쥘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놓을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놓아야 하는 순간에 쥐면 자칫 몸에 더 큰 상처가 생긴다. 채우고 비우는 때를 아는 것, 그게 바로 성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