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차리려다 3500만원 날렸어요"…'꾼'들에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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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들 놀이터로 변질된 재능공유 플랫폼울산 울주군에 미용실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50)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M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했다. 박 씨는 해당 업체에 전기공사, 벽공사와 페인트 작업 등을 맡기고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한 35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업체가 한달 새 돌연 공사를 중단시켜 전체 공정률의 30%가량만 공사가 진행됐다. 박 씨 등 피해자들이 플랫폼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플랫폼 측은 해당 업체를 정지시켰다.
개인 거래라 구제 어려워
재능공유 플랫폼인 '재능마켓'을 통해 전문가를 사칭하거나 이를 악용해 사기를 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이 전문가를 검증하는 자격 기준을 운영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능마켓 피해 신청 건수 매년 증가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표 재능마켓인 크몽·숨고·탈잉 3개 재능 마켓을 통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2023년 71건으로 2022년 48건 대비 32.3% 증가했다. 2019년 12건에서 2020년 20건, 2021년 31건 등 매년 늘고 있다. 실제 구제 신고까지 이뤄지지 않는 서비스 품질 불만 등을 합친다면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재능마켓이란 지적 재산을 사고팔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의 공유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거래 품목은 인테리어, 디자인, 번역, 생활 서비스, PC조립 등이다. 재능마켓은 2010년 처음 등장해 시작해 10여년 새 급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wC은 2027년 국내 재능공유 시장 규모를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용돈을 벌려는 프리랜서 및 '투잡'을 하려는 직장인들의 재능 공급과 싼 비용에 전문가의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맞아떨어져 급성장 했다는 분석이다. 프리랜서 황 모씨(30)는 "재능 마켓을 이용하면 별도 마케팅 없이도 소비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동시에 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린 신부 김 모씨(29)는 결혼식을 앞두고 재능마켓 플랫폼을 통해 결혼식 스냅 사진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가 결혼식 이후 업체와 연락이 두절돼 사진을 받지 못했다. 업체는 게시글을 삭제한 뒤 잠적했다.
김 씨는 해당 플랫폼에 업체와의 대화 내역을 보내 달라고 문의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플랫폼 측은 "업체의 임의 탈퇴 시 고객과의 채팅 내역이 삭제된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상 대화 내역을 복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김 씨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 피해구제 신청을 하고서야 플랫폼 측은 업체와의 대화 내역을 복원해줬다.
전문가 선정 기준 없어…플랫폼은 대책 없이 '뒷짐'
대다수 플랫폼들은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계약자들에게 돌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재능공유 플랫폼 약관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며 개별 판매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행, 계약사항 등과 관련한 의무와 책임은 거래당사자에게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플랫폼에 전문가 기준이 없어 검증 안된 업체, 업자들이 넘친다는 점도 문제다. 김 씨는 플랫폼에 배상 규정을 문의했지만 “해당 공급자는 플랫폼 직원이 아니고 회원일 뿐”이라며 “공급자의 개별적인 활동 역량에 대해 모든 검증을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제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 보상을 보증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수수료를 플랫폼에 내야한다. 일부 재능 마켓은 특정 계약 조건이 성립될 때까지 중간에 거래대금을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객이 대금을 지불하고도 원하는 날짜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판매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는 장치다.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작동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김 씨가 이용한 'S마켓'도 안전한 거래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 안전결제를 이용할 때 서비스 이용 금액의 3.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거래 수수료일 뿐 사기 피해에 대해선 배상받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법 상 소비자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이나 용역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플랫폼 내에 사업자가 아닌 개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는 구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