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이집트, IMF 차관 협상 속 기준금리 깜짝 인상

예금·대출 기준금리 2%p씩 올려…통화가치 절하 가능성도 거론
경제위기 속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추가 차관 협상을 진행 중인 이집트가 1일(현지시간) '깜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이날 예금 및 대출 기준금리를 2%포인트씩 인상, 각각 21.25%와 22.25%로 만들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집트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블룸버그의 사전 설문조사에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제외한 대다수가 동결을 전망했던 만큼 이번 결정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3개월째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기업의 대출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에서는 16명 가운데 6명이 인상을 예상했다.

이집트가 IMF와 현재 30억 달러(약 3조9천792억원) 수준인 차관 규모를 100억 달러(약 13조2천64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협상 중인 만큼, 이번 금리 인상은 이집트가 협상 진전을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차관도 이집트가 당초 합의와 달리 변동환율제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집행이 보류된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파루크 소우사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주 내 IMF와의 새로운 합의 가능성으로 인해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은 이집트 당국의 의도에 대해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집트는 2022년 3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이집트파운드화를 평가절하해 자국 통화 가치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향후 또 한차례 평가절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공식 환율은 1달러에 30.85 이집트파운드인데, 암시장에서는 65∼70 이집트파운드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IMF와의 협상에서는 1년여 전 체결된 기존 합의에 대한 검토 지연 건이 쟁점이며, 이집트의 긴축 정책 시행과 변동환율제 이행 등이 논의 대상이다.

이집트는 이날 금리 인상 외에도 국가 투자지출을 삭감하고 적어도 7월까지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안을 승인했지만, IMF는 이집트 측이 변동환율제로 더 이행하고 추가 약속을 내놓기를 요구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연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이집트에 우선순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집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사상 최고인 38%까지 올랐다가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집트는 최근 후티(친이란 예멘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에 따른 긴장 고조로 수에즈 운하 통항료 수입이 급감해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