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적신호…진짜 원인은 '이것' [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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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위기 본질은 구조적 문제"
"사회주의 한계·반중정서 확산·시장 경제 후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의 침체나 붕괴를 예측하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중국의 위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위기, 산업의 구조적 문제, 정책의 결정과 조치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위기의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적 문제와 관계가 있습니다.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은 해안과 인접한 중국 남부를 먼저 개발했습니다. 여기서 사용한 성공 모델을 중국 전역에 적용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거뒀습니다. 덩샤오핑의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지라'는 '선부론(先富論)'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개방 초기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논리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다만 '선부론' 정책도 40년을 지나면서 모순이 생겨나 사회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빈부·도농 격차, 지역 및 세대 갈등 등 다양한 계층과 영역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적 평등 이념이 강조되는 나라에서 '선부론'과 자본주의적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와 결합해야 제대로 작동합니다. 중국 경제발전을 이끈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는 자체적으로 모순과 한계를 지니고 있어 장기적 공존은 불가능합니다. 중진국에 진입하거나 경기 침체기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데, 현재의 중국 상황이 그러합니다. 이것이 중국 경제가 처한 치명적 위기의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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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4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입니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뛰어난 도·감청 기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개인의 경제생활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회 감시망이 정교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거리 곳곳에 설치돼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하고 식별하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는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사용됩니다. 하지만 당국이 남용하는 경우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감시사회'가 펼쳐지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국가, 민족, 종교, 기업 심지어 조폭까지 어떤 조직이든 '집단 의지'가 강한 공동체만 살아남았습니다. 중국에는 9500만에 달하는 공산당 조직과 강력한 공안(公安) 그리고 행정조직이 있어 강력하고 빈틈없는 사회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만 감시사회의 확산은 인민의 강력한 반발력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실업률 발표를 중단했습니다. 외국 경제 분석기관이 중국의 각종 통계에 접근하려면 보안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국가 경제의 기본인 통계를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단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서방은 중국이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이나 각종 지표를 신뢰하지 않고 단지 참고만 할 뿐입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한 중국 정부는 신뢰를 잃고 있으며 반중 정서는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중국 경제 위기를 낳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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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미국과의 패권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산당의 강력한 통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개발독재는 중진국에 진입할 때까지만 유효합니다. 대체로 중진국에 진입하면 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양극화와 같은 사회 병리 현상이 발생해 조직적인 저항이 일어납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명확합니다.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을 맡겨야 합니다.

모바일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 세대는 중국 체제를 위협할 세력으로 분류됩니다. 이들의 관심사는 세계의 젊은 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메신저, 맛집, 연예인, 스포츠 등에 열광하면서도 지금은 애국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중국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예측이 어려운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패권 경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대국 정부의 힘이 예전보다 강력해지고 있는 점도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중국은 시장경제나 자율보다 오히려 신전체주의(Neo-Totalitarianism)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국 경제 위기의 핵심 본질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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