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거물 애크먼이 밀었지만…보수파, 하버드 이사 진출 무산

후보등록 위한 동문 서명수 미달…저커버그가 민 인사도 등록 실패
미국 하버드대의 이사진에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인사를 앉히려고 했던 헤지펀드계의 거물 빌 애크먼의 시도가 무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감독이사회가 공석이 된 5명의 이사를 뽑는 선거를 위해 실시한 후보 등록에서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이 밀었던 인사들이 등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후보 등록을 위해서는 하버드대 동문 3천238명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이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버드 감독이사회는 하버드 동문으로 구성되는 기구다. 이사 30명이 하버드대 운영 전반과 발전 계획 등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종 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는 재단 이사회의 보조 역할이지만, 총장 후보 결정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이 '반(反)유대 논란' 탓에 사임한 뒤 재단 이사회가 차기 총장을 물색 중인 현재 상황에서는 감독이사회의 결정이 훨씬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애크먼 회장은 연방 검찰 출신 등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출신 인사들을 감독이사회에 진출시키려고 했다.

자신이 지지한 인사들이 후보 등록에도 실패한 데 대해 애크먼 회장은 하버드대가 복잡한 온라인 등록 과정을 요구해 동문의 참여를 제한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이 지지한 인사들에게 서명하려는 동문은 훨씬 많았지만, 복잡한 경로 탓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애크먼 회장은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책임을 이스라엘로 돌리는 하버드대 학생 모임의 성명서가 발표되자 캠퍼스 이념화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게이 전 총장이 신속하게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가에 유대인 혐오의 물결이 확산했다면서 학교 측에 책임을 돌렸다.

특히 애크먼 회장은 게이 전 총장이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으로 선출된 과정을 거론하면서 자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애크먼 회장 외에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페이스북 출신 금융계 인사를 감독이사회에 진출시키려고 했지만, 역시 동문 서명자 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