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통가 설 대목인데…"손님 줄고 안 오른 품목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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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판매원·시장 상인들 "작년과는 딴판" 이구동성
설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오후 전통 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설 선물 세트와 제수용품 판촉전으로 평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과값이 작년보다 56.8% 치솟는 등 물가는 뛰고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상인들이나 손님들이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상인들은 "예년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손님들은 "안 오른 품목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과일가게 상인은 높이 쌓인 선물 세트 상자를 가리키며 "우리는 준비가 다 됐고 손님만 오면 되는데 요즘 불경기라 다 팔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사람들이 사과 3∼5개 살 것을 1∼2개로 줄여서 산다"며 "최근에 귤, 한라봉, 레드향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감류가 선물 세트로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상인은 "설을 앞두고 제사용품을 준비하는 손님들이 늘긴 늘었다"면서도 "아무래도 불경기다 보니 예전보다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바다 온도가 높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징어나 고등어 가격이 특히 오른 것 같다"라고도 했다.
시장에서 한과 등을 판매하는 60대 안모씨는 "한과나 강정, 옛날 과자(센베이) 원재룟값이 평균 15% 올랐다"며 "주로 단골 장사인데, 불경기라 사람들이 시장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품을 고르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었다. 설날을 맞아 미리 장을 보러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마트에서 사는 것과 시장에서 사는 것을 구분해 장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시장에서는 잘 고르면 3∼4개에 만 원짜리도 찾을 수 있다"며 "흠집이 있는 상품은 떨이해준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60대 신모씨는 "요즘 과일이며 야채까지 안 오른 품목이 없어 살 것이 없다"고 했다. 대형마트도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2일 오후 찾은 이마트 목동점은 선물 세트 택배 배송 마감을 며칠 앞두지 않은 시점인데도 선물 판매대 앞이 한산한 편이었다.
10만원대 후반∼20만원대로 가격이 책정된 굴비와 옥돔을 판매하는 수산물 판매대 앞을 한참 둘러보던 50대 주부는 연신 "비싸네"라며 망설이다 결국 반대편 매대에 진열된 9만원대 곶감을 집어 들었다.
그는 "고향에 가지고 가려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선뜻 선물을 고르기가 부담스럽다"며 "마음은 더 좋은 것을 가져가고 싶지만, 지갑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이마트 선물 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출이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평일 오후 시간대에 단가가 높은 설 선물 세트를 다량 구매한 손님이 한 명 눈에 띄었다.
이 손님은 "회사 법인 명의 선물을 주문하러 왔다.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지만, 설 선물을 구매하러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은 높은 가격을 감안하고라도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사과와 배가 6개씩 들어간 선물은 17만원, 구이용 소고기 세트 가격은 20만원대에서 최고 3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백화점에서도 시장이나 마트와 마찬가지로 일반 개인 고객의 발길은 뜸하다고 직원들은 하소연했다.
청과 담당 판매원은 "기업 주문 물량은 예년과 엇비슷한데 개인 고객이 줄었다.
이번 주가 본래 설 선물 쇼핑 피크(절정)인데 작년만큼 오지 않았다"며 "손님들이 과일 세트를 보자마자 '아, 비싸다'는 말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축산 판매 직원 역시 300만원짜리 구이용 소고기 세트가 완판된 작년 명절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라며 올해는 팔리는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설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오후 전통 시장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설 선물 세트와 제수용품 판촉전으로 평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과값이 작년보다 56.8% 치솟는 등 물가는 뛰고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상인들이나 손님들이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상인들은 "예년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손님들은 "안 오른 품목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과일가게 상인은 높이 쌓인 선물 세트 상자를 가리키며 "우리는 준비가 다 됐고 손님만 오면 되는데 요즘 불경기라 다 팔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사람들이 사과 3∼5개 살 것을 1∼2개로 줄여서 산다"며 "최근에 귤, 한라봉, 레드향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감류가 선물 세트로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상인은 "설을 앞두고 제사용품을 준비하는 손님들이 늘긴 늘었다"면서도 "아무래도 불경기다 보니 예전보다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바다 온도가 높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징어나 고등어 가격이 특히 오른 것 같다"라고도 했다.
시장에서 한과 등을 판매하는 60대 안모씨는 "한과나 강정, 옛날 과자(센베이) 원재룟값이 평균 15% 올랐다"며 "주로 단골 장사인데, 불경기라 사람들이 시장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품을 고르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었다. 설날을 맞아 미리 장을 보러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마트에서 사는 것과 시장에서 사는 것을 구분해 장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시장에서는 잘 고르면 3∼4개에 만 원짜리도 찾을 수 있다"며 "흠집이 있는 상품은 떨이해준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60대 신모씨는 "요즘 과일이며 야채까지 안 오른 품목이 없어 살 것이 없다"고 했다. 대형마트도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2일 오후 찾은 이마트 목동점은 선물 세트 택배 배송 마감을 며칠 앞두지 않은 시점인데도 선물 판매대 앞이 한산한 편이었다.
10만원대 후반∼20만원대로 가격이 책정된 굴비와 옥돔을 판매하는 수산물 판매대 앞을 한참 둘러보던 50대 주부는 연신 "비싸네"라며 망설이다 결국 반대편 매대에 진열된 9만원대 곶감을 집어 들었다.
그는 "고향에 가지고 가려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선뜻 선물을 고르기가 부담스럽다"며 "마음은 더 좋은 것을 가져가고 싶지만, 지갑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이마트 선물 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출이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평일 오후 시간대에 단가가 높은 설 선물 세트를 다량 구매한 손님이 한 명 눈에 띄었다.
이 손님은 "회사 법인 명의 선물을 주문하러 왔다.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지만, 설 선물을 구매하러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은 높은 가격을 감안하고라도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사과와 배가 6개씩 들어간 선물은 17만원, 구이용 소고기 세트 가격은 20만원대에서 최고 3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백화점에서도 시장이나 마트와 마찬가지로 일반 개인 고객의 발길은 뜸하다고 직원들은 하소연했다.
청과 담당 판매원은 "기업 주문 물량은 예년과 엇비슷한데 개인 고객이 줄었다.
이번 주가 본래 설 선물 쇼핑 피크(절정)인데 작년만큼 오지 않았다"며 "손님들이 과일 세트를 보자마자 '아, 비싸다'는 말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축산 판매 직원 역시 300만원짜리 구이용 소고기 세트가 완판된 작년 명절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라며 올해는 팔리는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