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에도 '블록버스터급' 고용…美 일자리 '미스터리'

1월 일자리 35만개 늘었는데 취업자는 3만명 감소
노동수요 급증해도 근무시간은 줄어
1년간 일자리 290만개 늘어도 노동참가율은 그대로
다음달 신규 일자리 수 대폭 조정 가능성
사진=AFP
지난달 미국에서 생긴 신규 일자리 수가 시장 예상의 두 배 수준을 기록한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급 강추위 속에서도 신규 일자리가 급증하자 미국의 강한 노동시장이 재확인돼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실제보다 고용 수치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대급 추위에 블록버스터급 일자리 증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일자리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고용주들은 그 인력을 어디서 찾고 있을까"라며 미국 노동시장 실상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35만3000개로 전문가 예상치(18만개)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1월(48만2000개)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월에 미국 중서부에 폭설이 내렸고 북동부에선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했다"며 "신규 일자리가 '블록버스터급'으로 증가한 기간에 미국 여러 지역에 혹독한 한파가 겹친 만큼 2월 수치에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월별 신규 일자리 수는 한 두달 뒤 변동폭이 컸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간 신규 일자리는 실제보다 과대평가됐다. 결과적으로 최초 발표한 일자리보다 월 평균 5만5000개 감소했다. 지난해 6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수는 20만9000개였지만 두달 뒤 10만5000개로 절반으로 줄었다. 물론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1월 고용보고서에서 전달인 지난해 12월 신규 일자리 수는 21만6000개에서 33만3000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수치도 17만3000개에서 18만2000개로 조정됐다. 이로써 3개월 평균 신규 일자리 수는 28만6000개로 늘었다.


일자리 늘어도 취업자 수는 감소

신규 일자리와 취업자의 관계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신규 일자리가 증가하면 취업자가 늘어나는데 1월 고용보고서에선 그렇지 않았다. 1월에 신규 일자리는 35만3000개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취업자 수는 3만1000명 감소했다. 노동 수요가 폭증했는데 1월 평균 근무 시간은 주당 34.1시간으로 한 달 전보다 0.2시간 줄었다.

기간을 늘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1년간 신규 일자리는 290만개 늘었다. 일자리가 증가하면 취업자나 취업희망자가 늘어 경제활동참가율이나 실업률이 상승한다. 그러나 1월 실업률은 3.7%로 되레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의 비율을 가리키는 경제활동참가율도 62.5%로 62.4%인 1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WSJ는 고용보고서의 조사 방법 때문에 이런 불일치 현상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고용보고서는 기업조사와 가계조사로 나뉘는데 기업 조사에 비해 가계조사에서 고용 증가세가 훨씬 보수적으로 잡힌다는 설명이다. 신규 일자리 수는 기업조사를 통해 산출되며 취업자 수와 실업률,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가계조사로 집계된다.

WSJ는 미 노동부가 고용보고서 작성에 참고하는 인구조사국 통계(센서스)가 이민자 수를 실제보다 작게 추산하는 것도 일자리와 취업자 수가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의회예산국은 지난해 미국 인구가 이민자 증가로 1년 전보다 0.9% 늘었다고 추정했다. 이에 비해 센서스는 같은 기간 인구증가율을 0.5%로 추산했다. 인구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민자들이 취업해도 취업자로 집계되지 않는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WSJ는 "통계 불일치에 대해 일부 설명은 가능하지만 노동시장이 과열없이 얼마나 빨리 진전되는 지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이로 인해 Fed가 선뜻 금리인하 결정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