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현역 있는 '텃밭' 몰린 尹정부 출신들…공천 쟁탈전 예고

구미을 강명구·허성우, 강남을 이원모, 홍성·예산 강승규, 해운대갑 주진우 등
이수정·박은식 등 영입 인재는 험지로…김기현-박맹우 등 경선 리턴매치도 주목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이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등에 대거 공천 신청을 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치열한 경선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4일 국민의힘 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현황에 따르면 비서관급 이상 전직 대통령실 참모 대부분은 당 소속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초선 김영식 의원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에는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과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 등 2명의 대통령실 참모 출신이 공천을 신청했다.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도 초선 양금희 의원의 지역구 대구 북갑에 공천 신청을 냈다.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박성훈 전 국정기획비서관은 5선 서병수 의원 지역구 부산 부산진갑에,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4선 박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에 각각 신청서를 제출했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4선 홍문표 의원이 현역인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서울 중·성동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한다. 하 의원이 떠난 해운대갑은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역 의원은 없지만, 험지보다는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구에도 현 정부 출신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는 21대 총선 때 분당갑에서 당선됐던 김은혜 전 홍보수석비서관이 공천을 신청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김민수 당 대변인 역시 해당 지역에서 재도전한다.

분당을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현역이지만, 보수 정당 지지세가 나쁘지 않은 곳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부산 중·영도에는 현 정부 인사 가운데 박성근 전 총리비서실장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란히 공천을 신청했다.

여당 열세로 평가받는 지역인데도 현 정부 출신 인사와 현역 의원이 경쟁하는 곳도 있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기 의정부갑의 경우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과 비례대표인 최영희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당 영입 인재들은 주로 야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이른바 '험지'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최근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수원정(현역 의원 민주당 박광온), 박은식 비상대책위원은 광주 동남을(민주당 이병훈), 전상범 전 부장판사는 서울 강북갑(민주당 천준호)에 각각 공천을 신청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이른바 86세대를 겨냥한 '자객 공천' 신청도 잇따랐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및 전국학생총연합 의장 출신인 민주당 김민석 의원의 지역구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4선에 성공한 서울 구로갑에는 YTN 앵커 출신 호준석 대변인이,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에는 탈북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이 각각 도전장을 냈다.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서울 중·성동갑에는 윤희숙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나"라고 말하며 윤 전 의원에게 힘을 실은 바 있다.

과거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후보 간 '리턴 매치'가 예고된 지역구도 있다.

울산시장을 지낸 박맹우 전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와 울산 남구을에서 다시 경쟁한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는 김 전 대표가 박 전 의원을 꺾었다. 경북 경산에서도 지난 총선 때 경선을 치른 윤두현 의원과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재대결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