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도전적 문제와 조우하는 방법

황인호 바운드포(Bound4) 대표
“엔비디아를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다시 할 건가요?” “안 할 겁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의 딜북 서밋 공개 대담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성장 과정에서 겪은 역경과 실패, 수모와 좌절을 1993년 당시 29세이던 자신이 미리 알았다면 창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가가 미래에 겪을 고통을 ‘모르는 게 약’이라고도 했다. 그 누구도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10대의 마음가짐(teenager attitude)으로 도전적인 문제들과 조우하라고 조언했다. ‘어려워 봐야 얼마나 어렵겠냐(How hard could it be)?’는 자세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는 의미였다.필자는 지난해 2월 한국경제신문에 ‘MZ 대표도 소통이 어렵습니다’라는 글을 실었다. ‘여유의 부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여유를 잃는 건 ‘건강하지 않은 열심’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 내게 여유가 생겼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절대적인 업무량과 난도만 놓고 보자면 사실이 아니다. 자기 증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장벽이 더욱 커지는 기분이다. 그런데도 여유가 생겼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 단어의 이면을 알게 되면서다.

여유는 단위와 마음가짐 가운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사전 설명에 차이가 있다. ‘단위’로서 여유는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다. 물질의 크기와 정도를 의미한다. ‘마음가짐’으로서 여유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다. 여유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반영됐다. 단위가 보편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상대적인 ‘통념’이라면 마음가짐은 일상을 살아가는 주관적인 ‘관념’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하며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틀림없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100여 년을 거슬러 오르세미술관에서 도슨트가 자신을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생전 단 한 점의 작품을 판매한 그가 사후에 이런 평가를 받을지는 예상치도 못했을 것이다.

‘어려워 봐야 얼마나 어렵겠냐?’는 자세는 여유로운 마음가짐과 다르지 않다. 도전적인 문제와 과업을 ‘10대의 마음’으로 바라보자. 세간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한다면 100여 년 뒤에 도슨트 설명에 감격한 ‘닥터 후’의 반 고흐를 떠올려보자. 먼 훗날 과거의 삶을 반추할 때, 지금의 슬픔은 감동의 눈물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