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기술 발전이 우리 노동시장에 던지는 뼈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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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


골드만삭스와 국제통화기금(IMF)은 AI의 광범위한 채택이 노동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그 결과 10년 동안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7%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두 기관 모두 일자리 감소 충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 기술의 부상으로 세계 최대 3억 개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사무직 근로자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 부상의 영향을 받는다고 전망했다. 선진국 일자리의 최대 60%가 AI 영향권에 든다는 IMF의 주장은 새해 구글 사례로 현실화했다. 구글이 AI 때문에 3만 명에 달하는 광고판매 부문 조직을 재편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구글은 또 작년 초 1만20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새해에 추가 해고를 단행했다. 구글의 하드웨어 부서 인력 감축은 전사적인 AI 개발 집중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구글은 챗GPT와 경쟁하기 위해 바드를 선보이고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많은 광고주가 실적 극대화를 원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부적격자’로 몰리고 있다. 광고 헤드라인 및 설명, 이미지 만들기만 해도 그렇다. AI가 자동 생성하고 제안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낸다. 광고주가 AI 기반 플랫폼을 원하며 ‘인간 실격’을 외치고 있다. 구글이 감원 대상자 상당수에 내부적으로 다른 역할을 찾도록 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효율성에 기반해 사상 최고의 역사를 쓰는 미국 주식시장을 보며 1월 주식시장에 장대비가 내린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을 마주해 본다. 성장을 주도하는 AI 관련주가 금리를 이겼다는 함성 속에 미국의 경기 우려는 가라앉았다. 반대로 우리 주식시장은 어느 한 요인을 찾기 어렵게 오랜 기간 암흑 속에 있다. 그 해답의 하나로 아마존 자회사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회사 트위치의 변을 들어보면 어떨까? 트위치 역시 아마존의 대규모 감원 조치에 따라 해고를 단행했다. 트위치는 이달 27일 한국 사업을 공식 철수한다. 이유는 뭘까?
트위치는 한국에서의 플랫폼 운영 비용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10배 많고, 네트워크 수수료 부담도 갈수록 가중해 운영이 힘들다고 밝혔다. 운영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는데 버틸 장사가 있겠나. 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021년 11월 말 사상 처음으로 한국 증시를 역전한 이후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GDP 규모는 우리가 대만의 두 배지만,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평가는 대만이 월등히 앞선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의 위상 못지않게 노동시장 유연성이 한 이유라는데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AI와 함께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AI가 던지는 새해 경영 화두는 다양하다.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된 우리 주식시장이 2월 초 그나마 나아지고 있으나 챗GPT에 이렇게 묻고 싶다.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기업과 청년들이 얼마나 있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