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AI·전장으로 반등 이끈다

AI용 반도체 기판 FC-BGA 사활
휴대폰·헤드셋 등에 수요 확대
삼성전기, 시설 구축 2조 투자
LG이노텍, 수율 높여 시장 공략

자동차 전장 분야도 적극 공략
카메라 모듈·MLCC 수요 증가
삼성전기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AI반도체
전자부품 업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지난해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전망되고 있다. 신규 스마트폰, 혼합현실(MR) 헤드셋 등이 잇달아 출시되고 자동차 전기부품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는 저성장을 극복할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AI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와 제품이 출시되면서 고사양 전자부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영업익 1조원 하회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 매출은 8조9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94억원으로 45.9% 줄었다. LG이노텍은 매출이 20조6052억원으로 5.1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308억원으로 34.67% 줄었다. 두 업체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LG이노텍은 최대 사업부인 광학솔루션 매출이 17조2900억원으로 8% 증가했다. 하지만 전장 부문 적자가 지속되고 기판 사업 영업이익이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성전기는 엔화 약세로 일본 업체들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부품 업계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수요에 실적이 좌지우지되는데,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든 작년은 이들에게 특히 힘든 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반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가 전년 대비 34% 늘어난 8706억원이다. 내년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영업이익이 92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어난 이후 내년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AI용 반도체 기판 주목

올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신제품 출시로 전자부품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AI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위축됐던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 단순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고사양·고부가가치 부품에 대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사활을 건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가 대표적이다. FC-BGA는 전력을 적게 쓰면서 전기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는 차세대 기판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용 반도체에 주로 쓰인다.

후지키메라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약 10조64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1조8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2017년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국내외 생산시설 구축에 1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7위 수준인 글로벌 점유율을 3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시장 진입을 공식화한 2022년 첫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오랜 기판 사업 경험과 빠른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향상을 통해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5일 LG이노텍은 “FC-BGA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을 필두로 견고한 사업구조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격전지는 전장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저성장을 돌파할 분야로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을 꼽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도입 등 자동차가 전자화되면서 카메라 모듈, MLCC 등 전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전자부품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반면 전장 시장은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이노텍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전장을 만들고 있다. 카메라 모듈뿐 아니라 통신, 라이트, 모터 관련 부품까지 만든다. 지난해 차량용 카메라를 제외한 전장부품 수주 잔액이 10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조명과 라이다를 결합해 부품 탑재 공간을 줄인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해외 업체들이 장악한 차량용 MLC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동차에는 3000~1만 개가 들어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차량용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점유율이 지난해 4%에서 올해 13%로 약 9%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삼성전기는 최근 전압·고용량의 MLCC를 개발하고 고성능 전장용 제품 라인업 확대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동일 크기 제품 중 업계 최대 용량과 고전압을 구현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의 전장화로 소형·고성능·고신뢰성 MLCC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