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학 ESG 교양서 출간…“대학생도 ESG 원리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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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재직 조진형 박사 펴내“탄소배출권거래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유럽연합) 등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추세입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 시절부터 기업 경영 관점의 ESG 개념과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SG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 높이기 위해 책 써”
국내 플랫폼 기업 카카오에 재직 중인 조진형 박사(37)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내 첫 ESG 교양서라 할 수 있는 <처음 만나는 ESG>를 출간했다. 주요 대상 독자는 대학생이다. 조 박사는 “이 책을 통해 ESG를 둘러싼 다양한 기업 경영 이슈에 접근할 수 있다”며 “대학생뿐 아니라 ESG가 낯선 직장인과 중고교생, 자영업자도 쉽게 ESG에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ESG가 만들어진 배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의 차이, 국내 CSR의 역사 등 기초적인 내용부터 ESG와 기업 가치, ESG와 주가 급락 위험, ESG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ESG와 오너 리스크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주제마다 사례 분석과 세 줄 요약, 토론 주제를 포함해 대학 교양 교재로의 활용성을 높였다.
세계 최초로 정부 대상 기후변화 소송에서 승소한 데니스 반 베르켈(Dennis van Berkel) 변호사(기후소송), 한국 기업집단(재벌)을 분석한 로메인 듀크렛(Romain Ducret) 스위스 프리부르대 박사(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 탄소세 전문가인 김신언 앤트세무법인 세무사(탄소세),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중소기업), 조용두 삼일회계법인 고문(거시경제) 등 분야별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도 수록했다.조 박사는 “ESG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했다. “ESG는 기후변화, 재무, 데이터 모델링 등 다양한 주제와 연관돼 있고, 업무적으로는 컨설팅, 경영 연구, 데이터 분석, ESG 평가 및 대응, 법률 자문 등 분야가 워낙 방대합니다. 대학생과 대중 입장에선 ESG가 딱딱하거나 실무적인 개념으로 느껴질 수 있지요. 한눈에 다양한 ESG 이슈를 쉽게 접하도록 대중성을 살린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처음 만나는 ESG>는 ESG와 관련한 다양한 경영 이론도 쉽게 소개한다.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이 대표적이다. 경영학자 젠센과 맥클링이 1976년 소개한 이 이론은 복수 인물(주주)이 의사결정권을 타인(경영자)에게 부여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 등의 문제를 다룬다. 경영자는 도덕적 위험에 빠지거나 역선택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이를 최소화하는데 대리인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다.
조 박사는 기업의 탄소배출을 예로 들며 “기업이 친환경 경영 도입을 목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친환경 인프라와 조직을 설치해야 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재무 비용을 늘릴 수 있다”며 “임기가 제한된 전문 경영인 입장에선 ‘회사의 경영 성적표'인 사업보고서를 잘 포장할 의도로 적극적인 친환경 경영 도입을 꺼릴 수 있고, 이러한 선택은 친환경 성향을 가진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ESG 현안은 무엇일까. 그는 ‘ESG 교육의 체계화’를 꼽았다. 지난해 3월 국내 초·중학교에서 학교 환경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환경 교육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량의 탄소 배출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기업의 ‘경영 메커니즘’에 대한 인식은 낮다고 조 박사는 지적한다. 그는 “기후변화 위험이 시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지역사회, 그리고 이런 여론을 고려해 친환경 경영을 결정하는 경영진 및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하면 E(환경)・S(사회)・G(지배구조) 개별 요소는 모두 중요하다”고 했다. 조 박사는 “각 개별 요소의 상관성은 이미 적지 않은 국내외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탄소배출권거래제・탄소국경조정세 등 다양한 ESG 규제는 물가 인상과 같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업은 물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런 변화는 대학생 등 젊은 세대가 체감하는 만큼, 이들에게 체계적인 ESG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